효성중공업이 세계적 해상풍력터빈 업체인 중국 상하이전기 윈드파워(SEWP)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중공업을 앞세워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고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녹색수소 생산과 각종 기자재 공급 등 연계 사업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작년 12월 해상풍력터빈 KS인증을 등록했다. 통상 KS인증은 접수 이후 1년간 인증 과정을 거친다. SEWP와 국내에서 해상풍력터빈을 생산하기 위한 선행 절차다. 생산 공장 설립이 공식화한 셈이다.
효성중공업은 SEWP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설비용량 10㎿급 해상풍력터빈을 연간 50대 생산할 공장을 지을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 알려진 8.5㎿급, 연간 50대 생산에서 설비용량을 키웠다. 더 많은 풍력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대형화하는 해상풍력터빈 추세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효성중공업은 KS인증 완료 시점인 올해 말께 해상풍력터빈 공장 설립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합작법인 신규 공장을 지을 부지를 물색 중이고, 전라남도 지역에서 대형 항구를 보유한 광양과 목포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아직 부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총 투자금액을 산정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해상풍력터빈 공급을 기점으로 발전설비 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해상풍력 발전설비 원가의 약 50%를 차지하는 터빈 외에 부가 기자재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세계 수준 송전설비인 스태콤(STATCOM), 초고압변압기, 멀티레벨 컨버터 방식을 적용한 HVDC 시스템 등을 추가 공급하는 식이다.
특히 효성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강화까지 도모할 수 있다.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바닷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한 후 녹색수소를 생산,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효성그룹은 올해 10㎿급 수전해 설비를 전남 신안에 구축키로 한 바 있다. 현재 국내 1위 수소 충전소 사업자인 효성중공업은 수소 충전소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이고, 효성첨단소재는 수소 연료탱크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생산, 공급한다.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21년 세계적 화학사인 린데에너지와 함께 국내에 연산 1만3000톤 규모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를 설립해 수소 시장을 선도할 '묘책'을 이끌었고, 지난 1월에는 전라남도와 녹색수소 육성 업무협약을 교환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발주가 이어질 전남에서 해상풍력 기자재 공급 가능성을 높이고, 녹색수소를 연간 20만톤 생산할 발판을 마련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해상풍력을 시작으로 중전기기, 수소 등 핵심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표. 효성그룹 수소 밸류체인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