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조3000억원 규모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에 13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담합에 대한 엄정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물가상승률이 4%를 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식품업계에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합한 빙그레 등 5개 제조·판매사에 1350억45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이스크림 담합 과징금은 식품 관련 담합에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2012년 라면 담합에 13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이를 직권 취소한 바 있다.
담합에 가담한 제조사 중 빙그레가 388억3800만원으로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으며, 이는 2020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6.59%에 달한다. 해태제과(244억8800만원), 롯데제과(244억6500만원), 롯데푸드(237억4400만원), 롯데지주(235억1000만원)도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검찰 고발로도 이어졌다.
아이스크림은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업황이 부진한 상태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산정할 때 영업이익 등 경영 상황을 고려한다. 그럼에도 수백억대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가공식품 가격 담합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아이스크림을 국민 체감도가 높은 '장바구니 품목'으로 언급한 바 있다.
물가는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제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2.7%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물가를 잡을 뾰족한 묘수는 없는 실정이다. 국제유가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며 가파른 물가상승률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상황이어서 수입제품으로 물가안정을 도모하기도 쉽지 않다.
곡물가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라면 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설 이후 고추장 등 장류 가격이 인상됐고 두부 가격 상승도 예고됐다. 커피, 맥주 등 기호식품의 가격도 인상될 예정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하자 담합 등 불공정행위와 편승 인상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가공식품·외식가격이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담합 등 불법 인상 또는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공정위 등 부처 간 점검, 12개 외식가격 공표로 시장 감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업계 간담회에 공정위와 함께 참석하는 등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정위는 물가 담당 부처는 아니지만 담합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유인에서 시작되므로 물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정위는 앞으로도 먹거리와 생필품 분야에서 물가상승과 가계 부담을 증가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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