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현대 사회생활의 중요 장소이며 사회·기술적으로 그 환경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글로벌 스마트시티 선도도시(Best Practice City)는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 지역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발전시켰다. 동시에 사회·환경·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주거 환경으로의 선제적 변신을 선보였다.
2022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는 31개 글로벌 도시들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립한 중·장기적 전략과 실제 수행한 스마트시티 정책·서비스·인프라의 효과성을 검증한 획기적 연구다. 공통적인 추세와 견인 요인, 당면 과제들을 조명하며 스마트시티가 우리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관점에서 스마트시티 현황을 분석하며 도출한 다양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오한 통찰을 이끌어냈다. 도시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의미 깊은 연구 결과와 시사점을 제공, 뉴노멀시대의 스마트시티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정훈 교수로부터 스마트시티 글로벌 현황과 미래방향을 제시한 '2022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시티에 관한 정의도 진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시티는 어떤 모습인가.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급격한 도시화·산업화가 가져온 교통 혼잡, 환경오염, 재난·재해, 디지털격차, 에너지문제, 교육 불평등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ICT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가며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도시가 있다. 과거 도시가 일방향적 공급 중심의 도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시민·민간 참여 중심의 다양한 ICT 기반 서비스·인프라가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이를 지원하는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 역할이 내포된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는 새로운 사회·경제 플랫폼으로써 활용되며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인덱스 개발은 왜 필요했는가.
▲세 가지 필요성과 목적에 따라 인덱스가 개발됐다. 첫째로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해 미래지향적 스마트시티의 기술적 발전궤도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특히 도시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각 도시의 스마트시티 전략적 접근과 이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확보해 나가는데 포괄적이며 범용적 관점의 스마트시티 인덱스 개발이 필요했다. 둘째로 각 도시들이 스마트시티를 통해 구현되는 초연결·초지능화·초실감 사회로 도약하는 데 있어 디지털 혁신과 성장을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나 관점을 포함한 나침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시민참여를 통한 디지털 민주주의가 스마트시티 구현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 나가며 시민 중심의 스마트시티 구현을 달성한다는 정책적 방향성이 오늘의 스마트시티에서 필수역량으로 자리했다. 마지막으로 선제적으로 세계 속의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데 있어 타 도시들이 함께 스마트시티 정책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해외도시를 대상으로 상호 전략적 보완관계를 갖기 위해서다. 이는 한국의 스마트시티가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수출 발판을 다지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2월 발간 예정인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의 특징은.
▲인덱스 보고서는 그동안 다양한 민간기관 중심으로 발표됐다. 본 연구센터에서는 2017·2019년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타 발표기관과의 차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덟 가지 관점 중심의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분석을 위해 1년 이상 시간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31개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시민체감형 앱·웹서비스 1489개, 지능형 교통 시스템, 지능형 가로등, 스마트 그리드 등과 같은 첨단 인프라 서비스 514개, 각 도시에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혁신형 프로젝트 1088개 그리고 시민·기업·공공협력 주도의 공동창출을 선도하는 다목적 유형의 리빙랩 206개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교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동향분석과 도시별 스마트시티의 특징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로는 타 기관 인덱스 보고서는 거시적 관점의 도시지표 측정이나 특정 집단 만족도 설문조사 중심이다. 반면 본 보고서는 스마트시티 정책과 추진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기초로 한 인덱스 지표측정을 통해 수행됐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시티 특징을 반영한 '개방성' '혁신성' '지능화' '지속가능성' '통합성' 등을 포함한 포괄적 관점에서 비교분석 됐다. 이를 통해 스마트시티 전략·정책부터 인프라 구현까지의 인과관계 등에 대한 시사점을 함께 제공한다. 또 31개 도시별 스마트시티를 소개하고 특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올해부터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분야별 도시순위를 제시했다. 시계열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사점 등을 인덱스 보고서에 담아냈다.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관련 중앙정부·지자체 사업에 대한 평가 또는 개선점은.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서울, 인천, 부산 3개 도시가 글로벌 여러 도시와 함께 비교·분석돼 한국 스마트시티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시티는 국가 시범도시, 지역거점·중소도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혁신성장 동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 등 다양한 유형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등 법·제도 부분의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스마트시티가 혁신생태계로서 선순환하기 위한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공공·민간이 협력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확립과 함께 각 도시가 중앙정부의 의존 재원 없이 스마트시티를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글로벌 주요 도시의 경우 스마트시티 전담 조직이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보다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관련 프로젝트가 시장직속 또는 통합부서·국 차원에서 추진되는 등 전담기관이 중심이 돼 리드하고 있다. 반면 국내 도시들은 서비스·인프라를 운영·확산하는 핵심 실행 주체의 역할 부재나 인수인계를 위한 지원제도·체계가 원활하지 않다. 추진부서에 따라 상이해 스마트시티의 전략·정책 실행력이 지속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적지 않은 지자체가 재정자립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시티 서비스·인프라를 개발·운영하기 위한 모델로 초기 단계에서는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 실증을 진행하며 모델을 발전시키고 도시전역으로의 확산단계부터 지자체가 자생력을 갖고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도시라는 공간 속에 함께 공존하며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변화관리도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형식적인 스마트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스마트시티 전략에서 실행력 있는 의사결정체계와 조직력이 있는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하다.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선도도시(Best Practice City)들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선도도시의 공통적 특징은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격차를 비롯한 사회문제가 심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도시 회복력 차원에서 '디지털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며 2019년 대비 디지털 포용, 교육, 안전, 의료·복지 분야에 우선적으로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는 선도도시들이 많다. 두 번째 특징은 31개 도시 스마트시티 전략보고서의 핵심 목표 중 '스마트 지속가능성'은 '경제'와 '기술'과 함께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인프라·프로젝트 영역에서 31개 도시의 42% 이상이 에너지·환경관련 지속가능성 분야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도시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에너지·환경 프로젝트들이 실제 서비스·인프라로 전환되며 도시민의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시적용이 가속화되면서 일상에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31개 도시의 서비스·인프라·프로젝트는 41%(2019년 28%)로 나타나며, 전 도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안전과 의료·복지 분야 등이 지능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서 각 평가영역 선도도시들의 스마트시티 수준은 상이했지만, 평균적으로 서울을 비롯해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뉴욕, 헬싱키 등 순위로 나타났다.
-향후 에너지·환경 관련 스마트시티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나.
▲기후변화문제가 COP26 서밋을 통해 글로벌 도시들의 공통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 국가·도시들은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분석한 결과,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헬싱키 등 31개 도시 중 절반 이상이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54%의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며 직·간접적으로 에너지·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작은 규모의 유럽 도시들이 이를 선도하며 탄소중립도시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관련 신산업을 육성시키며 생태계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중심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을 운영, 도시민의 에너지 사용·관리 관련 행태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가 모두가 연결되는 에너지·환경 분야의 인프라 통합 플랫폼이 기존 시 정부의 공공데이터와 결합 되면서 스마트시티의 주요 매개체로 주목 받고 있다.
-선도도시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31개 도시마다 공통적이면서 차별화된 스마트시티의 특성을 갖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의 생태계를 운영하고자 각 도시의 혁신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분석대상 도시 3분의 1이 각 도시에 맞게 스마트시티 혁신지구를 선정해 서비스 실증을 해나가며, 시민·민간기업과 함께 다양한 혁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로 기술효과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를 통해 얻어지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혁신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확대가 가속화되면서 우리가 일하며 생활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추진하는 위한 스마트시티 거버넌스가 중앙집중형 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종합적으로 지속가능성, 혁신성, 기술적용·확대의 가속화 그리고 중앙집중형 거버넌스 등이 선도도시의 특성이라 볼 수 있다.
-인덱스 보고서 관련 주요 계획과 발전방안은.
▲인덱스 보고서는 2년 주기로 지속적인 지표측정 관련 기초 데이터 수집과 함께 2017년 10개, 2019년 20개, 2022년은 31개 도시를 분석해 왔다. 2024년 50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덱스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기후변화 및 4차 산업혁명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추가 인덱스 지표를 개발·보완해 보고서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50개 도시를 선정 중이며 추가 인덱스 지표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2017년부터 분석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계열 분석기법을 활용해 인덱스 보고서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관과 공동연구 및 도시 간의 협력을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IFM engage'와 지난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덱스 보고서 발간을 함께 준비해 왔다.
◇이정훈 교수는
이정훈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 전자공학 학사·정보시스템공학 석사, 런던정경대(LSE) 경영정보석사, 케임브리지대 산업공학경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디지털전환 기술경영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 및 케임브리지대 방문 교수로 활동하며 스마트시티 인덱스 개발 및 시민참여·리빙랩 연구를 국내외에서 선도하고 있다. 서울시 초대 스마트시티위원회 위원장·위원,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공공데이터 전략실무위원회·개방활용 전문위 위원장 등을 포함해 국내 지자체와 관련 기관 등에서 자문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IT서비스학회·기술경영경제학회 부회장·기획위원장, 한국 정보시스템 감사통제협회(ISACA) 부회장, 지능형 사물인터넷협회 자문위원 등 국내 주요 학회·협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대한민국 IT서비스 혁신대상 학술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과 2019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공로상을 수상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