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지방소멸

[ET톡]지방소멸

1년 전 이맘때 부산 소재 대학에 학생 충원 한파가 몰아쳤다. 예견된 일이었고, 신입생 모집이나 재학생 충원의 어려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체감 강도는 달랐다. 일부 사립대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부족한 재학생 정원을 메우기 위해 주변 기업과 기관에 재직하고 있는 지인에게 형식적 등록을 부탁하는 서글픈 상황이 물밑에서 이어졌다. 한동안 대화 주제가 '어느 대학이 위험하다' '수년 내 2~3개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발전은 차치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생률 하락으로 학령인구가 줄었고, 지방 고등학교 졸업생이 다른 지역(대부분 서울, 경기)으로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생 상황도 마찬가지다. “청년은 더 많은 기회,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지방 대학과 기업은 구인난 속에 성장 동력을 잃고 정체된다. 대학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기업은 급여·복지 등 채용 조건을 높일 여력을 상실한다. 지방을 떠나지 못한 졸업생과 청년은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한다. 지방은 뒤처진 공간으로 인식되고, 활력을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비관적 묘사지만 우리나라 제2도시 부산이 이렇다면 울산, 대구, 광주 등 다른 광역시라고 다를까. 광역시가 이러한데 지방 중소도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감의 배경이다.

지자체마다 청년을 붙잡을 방안을 쏟아낸다. 새로운 산학협력, 질 높은 일자리 창출, 취업 미스매칭 해소, 창업 활성화, 청년 거주 지원 등 어떻게 하면 청년을 지방에 안착시킬 것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학 위기, 기업 구인난, 상권 쇠락, 활력을 잃어 가는 도심 등 지방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청년의 지방 이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 균형발전 정책, 교육 불평등, 기업 성장과 일자리, 정주 여건 등 원인과 해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정책을 탓하기도, 지방 기업 수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며 대기업과 해외 기업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해법도 복합적이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지방 발전 정책은 물론 지자체 정책, 대학교육 혁신, 지방 기업 지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 주거와 문화가 어우러진 정주 여건까지 모든 분야를 업그레이드하는 종합 접근이 필요하다. 기본이자 종합 해법은 지방 발전 3대 주체인 지자체·대학·기업이 상호 협력을 강화해서 정책 개발, 교육 혁신,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엮는 것이다. 목표가 있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을 붙잡기는 어렵다. 지방에 있고 싶어 하는 청년마저 타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방소멸'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얘기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