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인공지능(AI) 간편투자 금융 플랫폼 '핀트'가 있다. 핀트는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투자일임 서비스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지난해 말 기준 핀트 고객 수는 64만명으로, 31만명이었던 작년보다 두배 넘게 증가했다.
AI 엔진 아이작(ISAAC)으로 대표되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고객 개개인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MZ세대는 물론, 기성세대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일임자산(AUM)도 빠르게 성장했다. 핀트의 2020년 AUM은 28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평가액 기준 1000억 AUM을 달성했다.
수익률도 준수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말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공시된 해외 적극투자형의 경우 1년간 수익률이 20.7%이다. 코스닥(6.16%), 코스피(4.17%)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에는 자체 독보적인 기술력이 뒷받침했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는 자산운용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데만 7년을 집중했다.
외부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KB증권, 엔씨소프트와 합작법인 출범을 위해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을 투자 받았고, 비씨카드로부터 99억원을 투자받았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보유한 AI 금융투자 분야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전략과 비전을 들었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장
-핀트가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지난해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
▲핀트는 2019년 4월 17일에 출시됐다. 특별히 지난해 성과만 좋다고 보기는 어렵고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 말 핀트를 통한 비대면 투자일임 금액만 1000억원이 넘었는데 이는 2021년 초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성과다. 무엇보다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서비스 성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객 행동 변화다. 지난해 유의미한 변화가 있어 이 부분을 주요 성과로 꼽고 싶다. 지난해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고객은 핀트를 물론 금융투자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유자금을 파킹하는 '파킹통장'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가령 급여가 들어오는 시점에 핀트에 투자금을 입금하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출금해 이용하다가 다시 급여가 들어올 때 즈음 투자금을 재입금하는 방식으로, 실제 투자금을 입금한 뒤 20% 미만으로 출금을 한 고객의 경우 이후 재입금 비율이 90%에 달했다.
핀트를 생활 속 서비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높은 수익률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금융 생활을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내 자산의 베이스캠프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 본허가를 땄다. 앞으로 어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지 말씀해달라.
▲2022년 한 해는 업권 전반적인 '마이데이터 베타서비스' 기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객에게 마이데이터가 뭔가 특별한 서비스로 인식되기보다 은행 앱에 송금 기능이 있듯 금융 관련 앱이라면 당연히 제공되는 서비스로 인식될 것이다.
마이데이터를 사용하는 동안 사업자들은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정보를 더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하게 될 것이고, 이후 각 업권별로 공유해야 할 데이터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마이데이터가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시화될 것이다.
핀트는 투자가 기반이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고객 금융투자 자산을 모아 한눈에 보여주고 이와 관련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주식세금이나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전체 자산 배분에 대해 조언해 주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부터 '우리는 마이데이터로 이런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오는 3월 초 론칭할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고 활용하는지를 보며 계속해서 발전시킬 예정이다.
공급자 결정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고객이 실제 어떻게 서비스를 활용하는가를 보면서 그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더해가는 것이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토스, 카카오 등 다양한 빅테크·핀테크도 자산관리서비스에 뛰어든 상황이다. 핀트만의 차별화 전략이 궁금하다.
▲핀트는 기본적으로 고객 금융생활에 고민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금융 앱과 차별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일반적인 금융 앱 경우 고객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판단하며 행동해야 하지만 핀트는 이 과정조차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안심하고 편리하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핀트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고객이 금융 생활을 함에 있어 편리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때로는 의사결정을 대신해 주며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
-기업공개(IPO)에 대한 계획은.
▲IPO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IPO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IPO는 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로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필요해지는 시점에 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핀트가 고객들에게 지지를 받는 편리한 서비스로 인식되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인력이 가장 중요할텐데, 인력 양성이나 인재 투자에 대한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는 고객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성장하길 바란다. 내면적이건 외면적이건 어떠한 형태로든 성장을 원한다.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직원 성장을 돕는 하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단순히 연봉이나 능력 성장뿐만 아니라, 직원들 간 자유롭게 소통하고 그 안에서 배우며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직원이 온전히 자신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고민들을 최대한 덜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타사에서 제공되는 주택자금 지원, 복지 포인트 등은 당연히 지원하고 치과를 포함한 의료 실비 보험을 직원 가족까지 책임지고 제공하고 있다.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성장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진솔한가'이다. 직원 성장이 곧 회사 성장이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서비스 중심, 기술 중심 시대에 직원이 성장하기 위해선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고객과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사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자신도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고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서비스가 돼야 한다. “이 정도면 나도 금융생활을 잘 하고 있네, 나도 성장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채용의 경우 기존 직원들 추천이 대다수다. 자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현재 디셈버에 재직 중인 뛰어난 연구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자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정도가 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정인영 대표의 리더십 철학이 궁금하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젊은 친구들이 일하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를 잘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는 직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때문에 채용은 신중히 하되, 디셈버의 일원이 되었다면 그 직원을 온전히 신뢰하고 많은 업무 권한을 부여한다.
또 기술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과학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기술이 되었고, 빅데이터는 세상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어떤 현상이든 재현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기술로 인해 인류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지 살펴야 한다.
-올해 핀테크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금융은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사' 위치에 머물러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고객들 신뢰를 잃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 부분을 핀테크는 '고객 중심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 사고이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로, 함께 만들어 가는 산업이 된다면 우리나라 금융 산업도 글로벌 스탠다드의 최고 자리에 위치할 것이라 기대한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래 금융시장을 전망해달라.
▲사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기존 금융사가 가진 파워가 막강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고객 수나 보유 자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이들이 성공적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행력과 스피드를 가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대대적이 투자라던가 적극적 인수와 같은 것을 예상했다.
올해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기존 금융권이 핀테크 회사에 대한 과감한 투자나 인수가 규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규제가 먼저 풀어져야 핀테크 산업 역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본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소비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금융산업 전반이 발전할 수 있다. 당연히 스타트업 역시 자신들만의 특별한 영역을 키워 빅테크로 발전할 발판도 만들어야 한다. 업계 전반에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는…
1979년생으로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 후 동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까지 엔씨소프트에서 투자경영실장으로 근무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투자를 받아 그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인공지능(AI) 간편투자 금융 플랫폼 '핀트(Fint)'를 개발해 출시했다.
현재까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정리=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