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은 대부분 크고 작은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전문적인 회계 담당 부서를 가지고 있는 곳은 소수입니다. 대표는 회사 운영을 가장 우선하기 때문에 현재 기업의 자금 상황은 어떤지, 신규 거래처 현황은 어떤지, 재무제표는 어떤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재무위험에 노출되어 위기를 겪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3월에 법인세 신고를 하면서 재무제표를 확정 짓게 되는데 재무상태표 항목 중 눈여겨봐야 할 것이 ‘가지급금’입니다. 가지급금은 법인에서 실제 지출이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거래가 완전 종결되지 않아 계정과목이나 금액이 미확정일 때 그 지출액에 대한 일시적인 채권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 또는 임원 등의 특수관계자가 업무와 무관하게 기업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영업활동의 오랜 관행에 따라 리베이트나 접대비 등을 사용하는 경우, 기업 자금을 사용한 후 적격증빙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직원의 횡령이나 불투명한 거래가 있는 경우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가지급금은 법인에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줍니다.
가지급금이 많은 법인은 신용 평가가 좋지 않게 나타나기 때문에 금융권의 자금 조달이 불리하고 폐업 시 직원들에 대한 급여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고용노동부를 통해 지급할 수 있는 체당금의 신청이 어렵습니다. 또한 가지급금은 법인이 대표이사 등에게 대여한 금액으로 보기 때문에 법인세법상 인정이자 4.6% 만큼 법인세가 높아집니다. 가지급금의 귀속자를 밝힐 수 없는 경우, 대표이사가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상여로 처분되어 소득세가 추가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경기 북부에서 식품가공업을 하는 J 기업의 임 대표는 10여 년간 개인사업을 하다 7년 전 법인으로 전환한 후 무의식적으로 가지급금을 발생시켜왔습니다. 문제는 사업 규모가 커져 공장 설비를 확장하는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주거래은행에 요청한 대출 심사과정에서 가지급금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임 대표는 발주기한을 맞출 수 없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가지급금은 기업 활동을 저해하며,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지급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에 입금시키는 것입니다. 가지급금은 회사가 지급해준 금액이기에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액 입금시키면 상계처리가 가능합니다. 입금할 재원은 대표이사의 급여 또는 상여를 인상하거나 개인 자산을 매각하여 자금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급여 인상은 4대 보험료가 추가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대표자가 주주인 경우, 법인에서 배당을 받아 가지급금을 상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법인에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해야 하며, 배당소득세 (2천만 원 이하의 경우 약 15.4%)를 부담해야 합니다. 배당은 2천만 원을 초과하게 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일정 금액을 배당받아 가지급금을 변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편, 퇴직금과 상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은 후 법인에 입금할 수 있지만, 임원의 퇴직금은 세법상 한도가 있고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위한 사유가 필요하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법인 입장에서 자사주 취득은 주주의 주식을 취득하고 현금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사주 취득에 대해 상법상 절차에 따른 주식 소각 등 자사주 취득의 요건에 맞는 방법이어야 하며,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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