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하기 좋은 나라' 위해 세제환경 개선해야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성공적인 산업 전환을 위해 기업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반도체 육성을 위해 미국은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을 제정하고 2024년까지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하는 기업에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약속했고, EU 집행위원회도 이에 버금가는 유럽판 반도체 제조업 육성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 규제를 늘려 가며,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을 줄여 가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대기업이 R&D 투자에 대해 정부로부터 받은 세제지원액은 R&D 투자액의 2%에 불과하지만 G5 국가(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대기업은 R&D 투자액의 평균 19%에 달하는 투자 세제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와 대비된다.

G5 국가는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고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등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R&D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R&D 공제 축소로 인해 기업 R&D 투자 및 세제 지원이 경쟁국 대비 뒤처져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2000~2019년 민간 기업 R&D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을 5년 단위로 비교해 본 결과 지난 2000년대 초 연평균 14.9%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최근 5년에는 연평균 7.5%로 절반까지 둔화됐다. 최근 세법 개정에도 우리나라의 대기업 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배터리, 백신) 6%, 일반 1%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 정부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손쉬운 세수 확보를 이유로 법인세율 인상 및 R&D 세액공제 축소 등 기업증세 정책을 지속해 왔다. 기업 지원 확대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주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조세 국제경쟁력지수는 최근 5년간 9단계 하락했으며(2017년 17위→2021년 26위), 하락폭이 OECD 국가 중 1위에 달해 가장 컸다. 이 가운데 법인세 분야는 최근 5년간 7단계 하락한 33위를 기록,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 지원이 감소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며, 이는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도 막고 있다. 2020년 상반기 GDP 대비 FDI에서 ODI를 차감한 '순 FDI' 비율이 -1.5%로 OECD 국가 중 29위인 하위권에 그친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표적 증세는 세수 증대보다 인력 및 자본 유출 등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조세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우리나라로 유치하면 좋겠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해외로 옮기지 않도록 불리한 세제라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산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기업인의 사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세제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는 철폐하는 등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우선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문제인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와 법인세 부담 등을 낮추고, R&D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최대주주할증평가로 인해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약 60%)가 부과돼 기업 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켰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주변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아져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네거티브 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입법 전에 빈틈 없는 규제영향 분석을 실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dwlim@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