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업계는 올 겨울 원전 발전량 확대가 계획예방정비 일정이 최소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면서도 원전이 기저전원으로서 안정성을 입증 받았다고 평가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원전 가동 기간을 연장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주요국이 개발비에 1조원 이상 투자를 공언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비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올 겨울 원전 발전량과 이로 인한 전력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한 원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경수로형 원전은 1년 6개월, 중수로형은 1년 3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받아야 한다. 계획 예방정비 기간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이에 고장으로 인한 점검까지 더 하면 통상 5기 정도는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 계획예방 중인 원전은 한빛2호기, 한빛4호기, 월성2호기 등 3기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겨울철 떨어지는 태양광 발전량과 함께 석탄, LNG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원전업계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향후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의 2030년 전원믹스 구성안에 따르면 원전은 전체 발전량의 23.9%를 차지한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0.2%까지 확대해야 한다. 반면에 신한울 3, 4호기를 건설하고 기존 수명 도래 원전을 10년간 연장 운전하면 2030년 원전 발전량의 전체 35% 수준을 원전이 담당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갑작스럽게 확대하지 않고도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수요 증가 추이를 봐야 하긴 하지만 2030년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 발전 비중이 적어도 35% 수준은 돼야 한다”면서 “이때까지는 석탄과 가스 발전도 이용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원전, 화력발전이 3등분하는 전력수급이 가능하고 또 NDC 달성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야간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태양광을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온 우리나라는 원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전력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기저전원으로는 활용하기 힘들다. 야간에도 발전할 수 있는 풍력발전이 보급돼야 하지만 지난해까지 보급된 풍력발전 설비는 태양광의 2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대형 원전 확대와 함께 소형모듈원전(SMR)을 국내에서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MR는 전기출력 300㎿ 이하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1000~1400㎿급에 이르는 대형 원전보다 작지만 효율적이고 모듈형으로 구성하면 확장성도 뛰어나다. 우리 정부는 현재 혁신형 SMR를 개발할 계획이지만 수출용으로만 SMR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SMR를 활용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SMR를 활용하면 분산에너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청정수소를 기반으로 수소경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SMR를 활용하면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도 만들 수 있다.
우리 정부의 SMR 개발 예산이 주요국에 비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 신청하면서 예타안으로 5832억원을 책정했다.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다.
하지만 주요국은 SMR 개발을 위해 최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DOE와 누스케일(NuScale) 등 민관협력 컨소시엄은 SMR 개발 7년간 32억달러(약 3조8100억원), 러시아 로사톰 주도 컨소시엄은 SMR와 차세대 원자로에 1200억루블(약 1조8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프랑스 EDF는 2030년까지 SMR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영국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은 2020년 발표한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계획'에 따라 SMR 개발에 민관협력으로 총 6억8500만파운드(약 1조12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국영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컨소시엄은 해상부유식 SMR 개발비에 건설비까지 포함해 90억달러(약 10조73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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