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단거리 블랙홀은 원형 구조...천문연 국제 공동 연구팀 발견

남아공전파천문대(SARAO)의 미어캣(MeerKAT) 전파간섭계로 촬영한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지역 영상.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남아공전파천문대(SARAO)의 미어캣(MeerKAT) 전파간섭계로 촬영한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지역 영상.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 블랙홀(Sgr A)' 구조가 원형임이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은 천문연 참여 국제 공동 연구팀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7㎜와 13㎜ 파장대 관측을 통해 이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와 가장 가까워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이다. 다만 우리은하 중심 주변 가스구름에 의한 빛 산란으로 관측이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 산란 모델 연구 결과를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결과에 적용했다.

동아시아 VLBI 관측망은 KVN 3기를 포함해 총 21개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연구에는 1.3㎝ 파장대 관측에 10기, 7㎜ 파장 관측에 8기 전파망원경이 참여했다. KVN 3기는 두 파장 관측에 모두 참여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이 원 모양으로 관측된 것은 블랙홀이 주변 기체를 중력으로 끌어들이며 형성되는 부착흐름 회전축이 우리 태양계 쪽을 가리키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 크기는 블랙홀 주변 부착흐름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된 전자와 자기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궁수자리 A 블랙홀 전파 방출 기원에 대해선 부착흐름과 제트 중 어느 쪽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부착흐름 모델 예측을 개선했지만, 제트 기원설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보다 확실한 전파 방출 기원 규명을 위해 사건지평선망원경과 같은 더 짧은 파장을 이용하는 지구 크기 VLBI 망원경, 위성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VLBI, 다파장 수신기를 이용한 장기 모니터링 관측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궁수자리 A 블랙홀 세밀한 구조와 서로 다른 파장대역에서 전파 방출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우리은하 중심 전파 방출 기원을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해당 관측 프로그램 한국 과제책임자인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향상된 감도로 궁수자리 A 블랙홀 주변 미약한 신호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궁수자리 A 블랙홀 사건지평선 첫 동영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 자료 분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2월 22일자에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