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 회사, 역외 탈세 급증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거래를 이용한 역외탈세 사례 조사 착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국세청 제공)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거래를 이용한 역외탈세 사례 조사 착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국세청 제공)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고 고정사업장을 숨긴 다국적기업과 해외에 무늬만 법인인 회사를 설립해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자산가 등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국제 거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 4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반도체, 물류, 장비산업 등 호황산업을 영위하는 다국적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장을 은폐하고 탈세한 역외 탈세를 집중 검증한다. 한 해 법인세를 신고하는 외국계 기업은 1만여개에 달한다.

조사 대상 글로벌 장비기업은 국내 자회사에 모회사 임원을 파견하고 고객관리, 판매, 애프터서비스, 리스크 관리 등을 수행하는 등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음에도 자회사의 최소 소득만 국내에 귀속시키고 소득 대부분을 국외로 이전했다.

불공정한 자본거래 등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법인 10곳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집적회로를 설계·제작하는 내국법인은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조세회피처 법인을 끼워 넣어 투자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했다. 이후 현지법인 지분 매각을 진행하면서 청산으로 위장해 투자액을 전액 손실 처리했고, 또 다른 현지법인 지분을 매각하면서 채권채무 재조정을 실시해 임의로 채권을 포기하는 등 관계사에 이익을 부당하게 분여했다.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해 탈세한 자산가 21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제거래는 전문가의 조력과 자문 비용, 초기 투자자본, 현지법인 유지관리비 등이 필요해 일반인은 실행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이를 탈세에 악용해 자산을 불린 '부자탈세'를 심층 분석,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탈세는 탈세 과정 전반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되는 반사회적 행위”라며 “조사역량을 집중해서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디지털세 논의 등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