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본래 성격과 함께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다' '버티는 게 이긴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계속 도전해왔다. 성과 여부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하겠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비)은 자신의 원동력을 이같이 표현하며 올해도 열일 행보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최근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 주연 차영민으로 활약한 정지훈과 영상 플랫폼을 통해 만났다.

정지훈은 2002년 정규 1집 'N001'(타이틀곡 나쁜 남자) 솔로 데뷔 이후 태양을 피하는 방법, It's Raining, I DO, I'm Coming, Rainism, 널 붙잡을 노래 등 히트곡 행보와 함께 2003년 KBS2 '상두야 학교가자'를 시작으로 풀하우스, 이 죽일 놈의 사랑, 돌아와요 아저씨 등 안방작품과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 국내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등 스크린에서도 활약한 멀티테이너다.
최근에는 2017년 미니앨범 MY LIFE愛 타이틀곡 '깡'이 각종 동영상 포털과 소셜 상에서 밈(Meme) 소재로 적극 활용되며 역주행 인기를 누림과 더불어, 유재석·이효리와 함께 MBC '놀면 뭐하니' 싹쓰리 프로젝트와 함께 레트로 열풍의 주역으로서 사랑받았다.

tvN '고스트 닥터'는 정지훈의 새로운 행보에 힘을 불어넣는 작품이 됐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과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 분)이 몸을 공유하면서 펼쳐지는 메디컬 드라마다.
드라마 속 정지훈은 천재 의사이자 불의의 교통사고로 몸과 영혼이 분리된 채 고승탁에 빙의되는 차영민 역을 맡아 장세진(유이 분)·오수정(손나은 분)·고스트 테스(성동일 분) 등과 관계 설정 아래 영혼 분리 판타지 톤과 의사캐릭터 서사는 물론, 애절함과 달달함, 코믹함 등 감성 변주를 자연스럽게 펼치며 배우 정지훈의 이름을 새롭게 아로새겼다.

인터뷰 동안 정지훈은 6개월간 '고스트 닥터' 촬영 일정 속 비하인드와 준비과정,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며 본연의 도전 열정을 드러냈다.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다소 늦어진 이유가 있나.
▲2019년 MBC 웰컴2라이프 이후 미국 쪽과 협의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팬데믹과 함께 좌절되면서 밝히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공백 동안 '깡' 역주행과 '싹쓰리 프로젝트',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등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바쁘게 지내던 와중에 고스트 닥터를 만나게 됐다.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참고한 것은.
▲우선 의사 역량이나 마인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실제 흉부외과 의사와 이야기하며 공부했다. 직접 대화하면서 그들의 고민이나 걱정, 마음가짐이 어떻고, 그게 어떻게 표출되는지 직접 공감하며 캐릭터로 옮기고자 했다.
스타일링 측면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를 참조했다.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속 패트릭 캐릭터의 화려한 모습에 착안해 명품 패션과 운동을 즐기는 인물로 묘사했다.

-영혼 분리 판타지 배경의 고난도 수술 장면이 많은 의사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에 중점을 둔 것은.
▲의사나 영혼 분리 판타지 등 모두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라 캐릭터 설정이나 표현에 부담이 컸다. 캐릭터 배경을 공부하며 의사가 보통의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중에 다른 의사 역할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자신 없을 만큼 매우 어려웠지만, 그만큼 도전해볼 의욕이 생기는 캐릭터였다.
차영민 캐릭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자연스러움이었다. 똑똑하지만 약은 천재 의사라는 무거운 대본 설정을 동료 배우와 제작진 협의를 통해 좀 더 가벼우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주력했다.

-동료배우 김범·유이·손나은·성동일 등과 케미는.
▲좋아하는 선후배와 함께해서 즐거웠다. 김범 배우는 제 애드리브를 잘 받아서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50% 이상 애드리브로 함께한 성동일 선배와도 정말 호흡이 잘 맞았다.
김범과는 6개월간 매일같이 함께 한 터라 당분간은 연락을 쉬기로 했지만, 언제든 함께 식사를 나누며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유이 배우와는 초반 배경설정 없이 애틋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먼저 친해지면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다. 이후 장면마다 중점을 놓고 협의 하에 섬세하면서도 대본보다 강한 톤으로 연기하면서 호흡을 나눴다.

성동일 선배는 애드리브 호흡과 함께 모든 동료 배우와 마지막 장면에서 연기 호흡을 선물해주실 정도로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많은 애드리브를 잘 받아준 성동일 선배와 김범 배우, 많은 감정신 가운데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유이 배우, 많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호흡이 좋았던 손나은 배우 등 모든 동료 배우와 케미에 행복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애드리브 연기는.
▲손나은 배우와 함께한 에스컬레이터 신을 꼽을 수 있겠다. 원래 넘어지는 액션은 없었는데, 대본상 캐릭터가 너무 강해 보여서 블랙코미디를 표현해보자고 제안해서 완성했다. 건방지고 강한 캐릭터지만, 가볍고 담백한 모습으로 비치기 위해 헛똑똑이 느낌을 더하자는 생각에서 한 제안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좋았다.
-아내 김태희와 두 딸 등 가족과 주변 반응은.
▲아이에게는 늦은 시간 방영되는 드라마이기에 시청을 한 회차도, 안 한 회차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촬영에 임하는 가운데 이러저러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차영민과 함께 6개월을 보냈다. 일상에서 변한 부분은.
▲말투가 좀 변했다. 캐릭터 특유의 냉혈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말투가 젖어 있다 보니 현장에서 죄송한 일들이 빚어질 뻔한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종영과 함께 시간을 좀 보내거나 다른 방향을 접근하면서 덜어내야 할 것 같다.
-레트로 강세를 어떻게 생각하나.
▲유행은 돌고 돈다. 유튜브 플랫폼과 함께 자녀와 부모 세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화제라는 점에서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월드스타'로 수식되는 정지훈의 시선에서 K-콘텐츠 유행의 원동력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른 속도감과 플랫폼 변화 덕분이라 생각한다. 음악 제작부터 퍼포먼스, 멘탈 케어 등 아티스트 관리부터 홍보, 매니지먼트 등 전반이 원스톱으로 구현되는 한국은 여느 국가의 엔터산업보다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빠른 속도감과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들이 유튜브·넷플릭스 등으로 세계에 바로바로 전달되면서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아닐까.
-올해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배우로서는 드라마나 영화 중 하나를 택해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가수로서는 '싹쓰리'로 함께 한 이효리씨나 후배 가수들과 공연 아이디어를 늘 공유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여의치 않다. 앞으로는 획기적인 컬래버 콘서트와 함께 투어를 준비하고 싶다.

지금까지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다' '버티는 게 이긴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계속 도전해왔다. 소속사 식구인 배우 오예주나 그룹 싸이퍼 등을 응원하고 개인적으로도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해나가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