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오류 '밀실 심사' 바꾼다..외부위원 늘리고 자문내용까지 공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안 시안 발표

지난 해 12워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해 12워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사상 초유의 공란 성적표를 낳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해 심사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이의심사 과정이 폐쇄적으로 이뤄진데 따라 오류를 잡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소수의 문제제기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바꿨다. 이의심사위원장을 외부인사로 위촉하고 학회 자문 내용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 시안'을 23일 발표하고 3월 2일까지 대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II 20번 문항이 소송을 통해 오류로 판정되면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평가원은 전문가 자문결과 이상없다는 입장이었고 학생들은 소송을 제기해 정답 처분이 결국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 성적이 공란인 상태로 성적표가 배부되고 입시 일정도 줄줄이 늦춰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퇴하고 교육부 장관은 사과했다.

교육부는 문제 오류에 대한 원인 분석 결과 출제·검토과정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부족했고 이의심사과정에서 소수의견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이의심사 소수의견 재검증 절차를 신설키로 했다. 지난 수능 이의 심사 과정에서는 전문가 16명 중 단 한명만이 문제오류로 정답 결정에 반대했다. 소수의견이 심도깊게 논의됐다면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앞으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서 이견 또는 소수의견이 있는 경우 심의기간을 추가한다. 2차 실무위원회를 개최하며, 이때 1차 실무위에서 찬성·반대의견을 표명했던 위원 각 1명과 신규 외부위원 3명이 이견이나 소수의견을 한 번 더 검토하게 된다.

이의신청이 많이 제기되는 사회·과학 영역은 영역별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과목군별로 세분화한다. 외부위원도 과목군별 2명에서 5명으로 확대한다.

폐쇄적인 심사 과정에, 학회 카르텔로 인해 오류가 있어도 문제제기를 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학회 자문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3개 이상의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되, 교과 관련 학회보다는 학문 전문성이 높은 내용학회를 중심으로 의뢰한다. 이의신청과 관련해 자문 받은 학회명과 자문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수능 오류 '밀실 심사' 바꾼다..외부위원 늘리고 자문내용까지 공개

이의심사위원회 위원장은 출제위원 등 내부 위원이 아닌 외부 인사로 위촉한다. 책임성 담보를 위해 출제위원장과 검토위원장이 참여는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 법조인, 다른 국가시험 관계자 등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을 추가 위촉한다. 과반 수준이었던 외부위원(9명 중 5명, 55.6%)의 비중이 대폭 증가(11명 중 9명, 81.8%)될 예정이다.

출제 오류를 사전에 막기 위해 검토자문위원도 확충하고 출제기간을 확대한다. 오류가 잦은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인 검토자문위원을 12명으로 확대해 내용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검토 기능을 강화한다. 전체 출제기간도 기존 36일에서 38일로 2일 확대한다. 고난도 문항 검토단계도 신설한다.

교육부는 수능제도 개선을 위한 최종안을 3월 중 확정 발표할 예정이며, 2023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제도 개선과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문항 오류를 예방하고 이의심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대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모여진 의견을 적극 검토하여 최종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능과 대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