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합성 이전 원료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 기술이전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리뉴시스템(대표 이종용)과 23일 오전 11시, 화학연에서 저온에서 폐PET를 완전분해할 수 있는 해중합 기술이전 협약식을 가졌다.
화학연 조정모 박사 연구팀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서 해중합 기술 상용화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저온 해중합 기술,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 다양한 고수율·고순도·고부가 단량체를 제조 가능한 플랫폼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리뉴시스템은 이번 계약에 따라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 단량체 제조에 응용할 계획이며, 다양한 특수 플라스틱 합성을 위한 고부가 첨가제 원료 제조기술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폐PET 재활용 산업에서는 기존 플라스틱의 화학 구조를 유지한 채 오염된 플라스틱을 분류·파쇄·세척하는 과정을 거쳐 물리적으로 재가공하는 '비순환형 재활용 기술'이 주로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재활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적인 단점이 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고온·고압 반응조건에서 수행되는 해중합 반응 특성과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공정의 특성상 채산성이 낮아 상용화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폐플라스틱 중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폐PET병이나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상온에서 매우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도 완전히 분해하여 재원료화 함으로써, 기존 석유 유래 제품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 재순환형 기술(메탄올리시스 반응기술)을 개발하였다.
상온에서 높은 반응성을 나타내는 저가 촉매를 반응에 적용하고 부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도입해 고부가 단량체인 디메틸테레프탈레이트(DMT)를 고수율·고순도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제조된 DMT를 반응중간체로 사용해 100도 이하 저온에서 다양한 고부가 재생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최소한의 공정변수 조절과 투입원료의 변경만으로 동일한 공정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운전 특성으로, 재생원료의 가격이나 시장수요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목적 친환경 소재 제조공법이다.
연구팀은 그 외에도 유색·저급 PET 및 폐폴리에스터 섬유 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여,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시장 진출까지 노릴 수 있는 상용 해중합 공정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혜 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폐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를 완화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폐자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큼, 국내 플라스틱 화학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세계시장 진출 또한 가능한 해중합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이번 연구성과를 리뉴시스템에 기술이전하여, 파일롯 규모의 연속 실증설비(PET 처리 기준, 연간 1만톤 규모)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연내 공정 최적화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축적된 시제품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안정적인 생산설비의 개념 완성과 함께 본격적인 사업화를 준비할 계획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