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공의 적'인가]⑤한국은 리걸테크 규제의 '갈라파고스'…3번째 적법 판단 받은 '로톡'

단기간에 고객 선택을 받는 플랫폼 기업들의 공통점은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높은 중개 수수료로 거래 참여자들이 피해를 입는 영역에서 주로 탄생했다. 부동산, 중고차, 미용의료, 법률 등 소위 '레몬마켓'이라 불리는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정보 갈증을 해결해 주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로톡은 국내에서 유독 정보 비대칭이 심한 법률 서비스 시장 문제 해소를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 '리걸테크(법률서비스+IT)' 산업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등 이익집단의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수사기관의 수차례 '무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의 규제는 지속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변호사법 34조 위반 여부다. 로톡과 대한변협은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3번의 고발 사건 수사를 통해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음에도 대한변협의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변호사법 소관부처인 법무부까지 나서 로톡 사업 모델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공인했으나 대한변협은 로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위법'이라며 지난해 5월부터 변호사들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한변협은 최근 아이러니하게도 로톡 대항마로 자체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만들었다. 베타 서비스를 거쳐 이달 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법률서비스 시장은 변호사 상담료와 선임료는 얼마인지, 변호사가 과거 어떤 유사사건을 수행해봤는지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했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10년 전 변호사 숫자는 1만260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1년에는 3만명을 돌파(3만1021명)했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에게 변호사는 여전히 멀기만 한 존재다. 전체 민사소송 10건 중 7건(72.7%)이 변호사 선임 없이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었고, 이에 쏟아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월평균 수임 건수도 2019년 1.26건까지 감소했다.

[플랫폼, '공공의 적'인가]⑤한국은 리걸테크 규제의 '갈라파고스'…3번째 적법 판단 받은 '로톡'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법률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로톡은 '15분 전화상담' 서비스를 통해 2만~5만원 사이의 상담료로 누구나 쉽게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언을 구할 수 있게 했다. 변호사의 이력·경력은 물론 전문분야 해결 사례나 상담 내용에 대한 타 이용자들의 후기 정보도 제공한다.

로톡은 2021년 기준 매달 평균 100만명이 찾는 법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월간 2만2000건(2021년 7월 기준)의 법률상담이 로톡을 통해 이뤄진다. 그 수혜는 고스란히 변호사에게 돌아갔다. 올해 1월 말 기준 로톡에서 순수 상담수입으로만 누적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거둔 변호사는 133명이다. 이 중에는 1억원이 넘는 수입을 거둔 변호사가 4명이다. 로톡을 통한 상담유입으로 성사된 실제 사건의 수임액까지 따지면 수입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로톡 이용 변호사의 만족도도 높다. 로톡 설문조사에서 변호사 회원 85.1%가 “로톡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기존에 지인 소개에 의존하던 수임경로가 다변화되고, 고객 및 스케쥴 관리가 한층 효율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회원 중 '청년 변호사(개업 10년차 이하)' 비중이 81.3%에 이르는 등 젊은 변호사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로톡은 국내 리걸테크 기업 가운데 누적 4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프]로톡 월 매출 변화 추이
[그래프]로톡 월 매출 변화 추이

그럼에도 로톡은 지속적으로 '위법' 여부 심판대에 오른다. 2020년 11월 현 대한변협 협회장이 대표를 지낸 단체인 '직역수호변호사단'을 필두로 로톡을 경찰에 고발했다. 협회 차원의 규제에 2021년 3월 기준 4000명에 육박하던 로톡 회원은 절반 이상 탈퇴했고, 매출은 67%(2021년 4월 대비 8월 매출액 기준) 급감했다. 이미 동일한 혐의에 대해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수사를 견뎌냈다.

로톡의 경찰 수사 진행 과정
로톡의 경찰 수사 진행 과정

해외 주요 선진국은 리걸테크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선임을 돕기 위한 법률정보나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 줌' '로켓 로이어' '피스컬노트' 등과 같은 리걸테크 유니콘기업만 수십개다. 일본에서는 로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닷컴(벤고시닷컴)'이 상장해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에서 변호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를 광고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임영재 KDI 선임연구위원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우가 1963년 논문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법률(의료) 서비스 사례로 처음 분석한 이후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이 그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리걸테크 플랫폼의 등장은 일반 시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에 있어 혁신을 의미하고 나아가 지난 20년간의 사법개혁 노력을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효과적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과거 기술 환경에서 만들어졌던 관련 법·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로톡 월간 상담 건수

*유·무료 법률상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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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