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과 자외선 두 가지 빛으로 이중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위변조 방지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주훈 씨 연구팀이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암호화 디바이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지폐나 여권 등의 위조를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화학회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실렸다.
메타표면을 활용하려면 메타표면을 구성하는 구조체 하나가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여야 한다. 그러나 자외선은 파장이 매우 짧아 구조체를 만들기 어려웠다. 메타표면에 주로 사용되는 실리콘과 같은 물질이 자외선을 쉽게 흡수한다는 점도 한계였다.
연구팀은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그간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사용됐던 질화규소의 물성을 조절해 흡수를 줄였다. 이 물질로 자외선 레이저를 쏘면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메타홀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 후 전자빔 리소그래피 오버레이 기술을 통해 각각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동하는 메타홀로그램 두 개를 합쳐 제품 고유 번호를 나타내는 위변조 방지 장치를 만들었다.
이 위변조 방지 장치에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레이저를 비추면 각각 다른 편광 상태를 가지는 이미지가 보인다. 가시광선 레이저를 비추었을 때 나타나는 홀로그램은 열쇠 역할을 하며, 열쇠 정보를 자외선 편광판에 입력해 자외선 빛을 비추면 특정 숫자들이 사라진다. 이 숫자들이 바로 고유 번호가 된다.
이 암호화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독이 어렵고, 위변조를 확인할 수 있는 고유 번호나 비밀번호가 노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두 개의 메타표면을 쌓음으로써 저장할 수 있는 이미지와 정보 수도 크게 늘어났다.
노준석 교수는 “가시광선 이상의 긴 파장 영역으로 제한돼 있었던 기존의 메타표면 연구를 자외선 영역으로 넓힐 기반이 될 것”이라며 “지폐나 여권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미래 보안기술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관 기관들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