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세계 최초 '초전도 층상 물질 IrTe₂ 단층화' 성공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의 3차원(상) 및 단층(하) 구조도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의 3차원(상) 및 단층(하) 구조도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force) 물질은 약하게 층층이 결합된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그래핀처럼 한 층을 떼어내거나, 다른 종류의 층들을 쌓아 새로운 성질의 물질로 만들기 쉬운 이유다. 최근 국내외 공동 연구진이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응용이 기대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중성자과학부의 김규 박사는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황진웅 박사, 모성관 박사 그리고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 연구팀과 함께 '초전도 층상 물질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IrTe₂)의 단층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ㅇ 이와 관련해 김규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저술한 논문 '이리듐 이합체 형성에 따라 큰 밴드갭을 지니는 단층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 연구'는 세계적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2월 16일자에 게재됐다.

IrTe₂는 초전도성과 특이한 구조로 전세계 연구진에게 주목받는 신소재다. 이번 공동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IrTe₂ 단층 성장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구조가 변하고 전도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기판 표면에 분자나 원자를 조사해 박막 결정을 만드는 분자빔증착법(MBE)으로 IrTe₂를 단층화했다. 반데르발스 구조로 느슨하게 결합된 3차원 결정과 달리, 단층 IrTe₂는 서로 강하게 결합된 새로운 양자 형태임을 확인했다.

또한, 도체 및 초전도성을 갖는 3차원 결정과 달리 단층 결정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특성을 지녔다.

연구진은 이론계산과 여러 실험으로 단층 결정의 속성이 달라진 원인까지 밝혀냈다. IrTe₂의 성질이 변한 것은 층 사이 활발한 상호작용이 그 원인이다.

기존 3차원 결정에서 텔루륨은 맞닿은 다른 층 텔루륨과 전자를 공유한다. 그러나 층 분리로 인해 상호작용이 사라지면 텔루륨은 같은 층 이리듐 원자의 전자를 흡수하고, 전자를 뺏긴 이리듐 원자들은 서로 강하게 결합하는 이합체를 형성한다. 구조가 바뀌면서 물질의 성질도 변하게 된 것이다.

김규 박사는 “반데르발스 물질의 특이한 양자역학적 성질을 활용하면 신소재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층간 상호작용을 변화시켜 물질의 성질을 바꾸고 원리를 규명한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소자기술 응용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