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우리의 미래 달려 있는 디지털 탈바꿈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현재 가속되고 있는 디지털 탈바꿈(Digital transformation)은 단순히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디지털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

우리 생활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 경계가 사라지는 뉴노멀 세상에 살게 됐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온라인·비대면 사회가 심화하고 있다. 이제 도시·교통,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로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패러다임 이전은 향후 우리 경제와 사회, 개인에게도 막대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최첨단 핵심기술은 물론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기반과 디지털 산업생태계, 관련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요소를 모아 추진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확실한 기술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을 이뤄낸 경험과 비결(know-how)이 있다. 그 성공의 DNA를 가진 ICT 전담 정부 부처가 있다는 점은 큰 자산이자 강점이다. 아직도 신흥개발국은 우리나라의 ICT 부처와 산하 기관들을 참조 모형으로 삼는다.

우리는 ICT 강국의 성공신화를 써 왔다. 전전자교환기(TDX), 반도체(DRAM), 행정전산망 주전산기(TiCOM), 디지털 이동통신(CDMA) 등을 통해 디지털에 눈뜨고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로써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성공신화 이면에는 국산전전자교환기개발 기본계획, 초고집적반도체기술공동개발(안), 5대기간전산망구축사업,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계획,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개발 계획, 사이버코리아 21 등 범정부적 의제(agenda)와 미래향(vision)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성공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행정의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ICT 기능과 정책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산돼 있어서 견고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과거 선배들의 경험처럼 범국가적인 디지털혁신 정책을 종합·조정할 수 있는 추진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외국의 새로운 정책을 좇지 말고 우리나라의 과거 정보화 성공을 참고자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구 현장을 떠난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라도 그들의 경험을 배워서 탈바꿈의 핵심자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수 요소와 기능을 갖춘 전담 조직,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범부처적인 정책 추진체계가 이번엔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대한민국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법규 개선과 진흥, 공공과 민간 등으로 분산된 핵심 ICT 역량을 통합해 디지털 정책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도록 현재 ICT 담당부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과 혁신을 책임지는 선도 부처로서 권한과 책임,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에서는 범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추진체계를 위해 담당부처의 위상을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강력한 기술 리더십 아래에서 디지털 탈바꿈의 정책집행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오늘날 1년이라는 기술 발전의 시간은 과거 십수년에 버금갈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탈바꿈에 투자되는 향후 5년은 우리나라의 50년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 기술강대국을 보면서 따라하는 전략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선도자 전략으로 치고나가야 할 시간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 높은 정책집행을 통해 후손들이 기술강대국 지위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 정부에서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joo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