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자 보호하는 '아트뱅크' 등장...농협은행-테사 '맞손'

권준학 NH농협은행장(왼쪽)과 김형준 테사 대표가 지난 4일 테사뮤지엄에서 온라인 조각투자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농협은행)
권준학 NH농협은행장(왼쪽)과 김형준 테사 대표가 지난 4일 테사뮤지엄에서 온라인 조각투자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떠오르는 미술품 투자와 관련해 소비자 투자금을 보호하고 시장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온라인 조각투자 API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 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시장 선도 사례를 만드는데 협업한다.

6일 농협은행(행장 권준학)은 테사와 온라인 조각투자 API 프로세스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신개념 투자처로 떠오른 미술품 조각투자에 참여한 고객 투자금을 별도 분리해 보관함으로써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테사(TESSA)는 값비싼 미술품에 1000원 단위로 참여해 투자할 수 있고 작품 렌털로 배당금 등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작품에 대한 분할 소유권을 회원 간 거래할 수도 있다. 회원수 5만명, 지난해 거래액 13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외에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률과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대체 투자를 찾는 MZ세대 입맛을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처럼 최근 아트테크가 급부상했지만 아직 초기 시장이어서 소비자 투자금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점을 간파했다.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봤다.

현재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은 별도 투자예치금 보호 장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만약 사업자가 파산하면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예치금을 반환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밴(카드결제중개업자)사 명의 계좌에서 투자예치금을 관리하지만 동일한 밴사를 이용하는 타 사업자 자금과 분리 보관되고 있지 않아 추후 문제 소지가 있다.

밴사 시스템 특성상 집금·이체 기능을 제공하지만 투자정보에 대한 관리는 별도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수기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만약 밴사가 잘못된 정보를 전송하거나 정보 제공이 지연되면 투자예치금 충전 반영이 적시에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 민원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에 농협은행은 투자자 예치금을 보호하고 사업자 전용 계좌를 만들어 투자예치금을 별도 분리 보관하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API로 각 사업자에 대한 투자계좌와 정산계좌를 분리해 투자금을 분리 보관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투자자와 사업자 간 구매대금과 매각대금을 각각 정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이는 P2P 기업에 제공해온 자금관리 API 서비스와 유사한 구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향후 조각투자 시장에서 공신력 있는 자금관리·예치기관으로서 은행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테사와 온라인 조각투자 API를 개발·적용함으로써 투자금 분리보관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테사는 양사 공동 마케팅도 전개할 계획이다. 은행 앱에서 테사 플랫폼 연계를 지원하거나 양사 고객 대상 이벤트 등도 추진한다. 중장기로 그림 구매내역을 은행 앱에서 확인하는 등 데이터 분야 협력 가능성도 고려하기로 했다.

권준학 행장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농협은행이 디지털 선도은행으로 나아가고 투자자 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행의 온라인 조각투자 API는 다양한 조각투자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NH오픈플랫폼 홈페이지(nhfintech.nonghyup.com) 또는 이메일(nhfintech@nonghyup.com)로 신청할 수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