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퀵커머스(근거리 즉시배송) 시장에 뛰어든다.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연내 서비스를 개시한다. 5조원 규모의 퀵커머스 시장을 놓고 배달의민족, 쿠팡, GS리테일 등과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도심형 물류센터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연다. 이마트 MFC 1호점이 들어서는 곳은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 이마트 소유 건물로, 일렉트로마트 논현점이 있던 자리다. 일렉트로 라운지와 삐에로쑈핑, 푸른밤살롱 등 이마트 전문점을 한데 모은 특화 건물이었지만 전부 문닫으면서 물류기지로 전환한다.
이마트는 전략기획본부 온디맨드(On-Demand)팀을 중심으로 구체적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 초 퀵커머스 전담 조직도 꾸렸다. e커머스 사업인 만큼 온라인 자회사 SSG닷컴과 협업도 검토 중이다. 배송은 배달대행업체 이륜차를 활용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논현동 건물의 활용 여부를 고민해왔다. 부지를 장기임차하고 건물을 세웠지만 로드숍 전문점이 전부 폐점 수순을 밞으면서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야 했다. 논의 끝에 인구가 밀집한 강남 도심 한복판 대로변에 위치한 입지를 살려 즉시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자는 판단을 내렸다.
이마트는 빌딩 1층 일부와 2층을 전면 리모델링해 800㎡(약 250평) 규모의 퀵커머스 전용 풀필먼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 MFC 1호점에는 냉장·냉동·상온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신선식품 배송에 특화된 콜드체인 시스템도 갖춘다. 정보기술(IT) 자회사인 신세계I&C의 스마트 솔루션도 도입한다.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접목해 라스트마일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자회사인 이마트24, 에브리데이가 아닌 이마트 본사가 직접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퀵커머스 시장에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서겠다는 판단이다.
퀵커머스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도심 물류창고나 매장에 보관하다 즉시 배달하는 서비스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소비, 물류기술 발전과 맞물려 성장세가 가파르다. 배민 B마트와 쿠팡이츠마트 등을 필두로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과 메쉬코리아, 오아시스마켓 등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 대기업도 기존 점포를 다크스토어로 전환해 즉시 배송에서 나서고 있지만 속도 경쟁에서 밀린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30분~1시간 내 배송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물리적 거리를 줄여야한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도심 한복판에 소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퀵커머스 사업 모델을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논현동 MFC 1호점을 시작으로 추가 MFC를 확보해 서비스 권역을 강남에서 서울 도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퀵커머스 방식의 근거리 배송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