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현실화…"2022년형 신차, 최대 200만원 올랐다"

자동차 업계가 2022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거친 신차를 선보이면서 가격을 100만~200만원씩 일제히 인상,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초과 수요 상황과 맞물려 차량 가격이 전방위로 치솟는 카플레이션이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현대차 아반떼 2022년형.
현대차 아반떼 2022년형.

연식 변경 모델은 차량 가격 주요 인상 요인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 구성에 큰 변화가 없지만 업체들은 최근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완전 변경이나 부분 변경 모델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대신 연식 변경 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해온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아반떼 2022년형 모델 판매를 시작하며 가솔린 기본 스마트 트림 가격을 1866만원으로 기존(1717만원)보다 8.6% 인상했다. 시작 가격을 149만원 올리고 55만원에 선택할 수 있던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후방 카메라를 기본으로 추가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9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기아 모하비 2023년형.
기아 모하비 2023년형.

앞서 현대차는 작년 말 싼타페 2022년형을 출시하면서 디젤 기본 트림 프리미엄(3122만원)을 새로운 트림 익스클루시브(3362만원)로 대체하며 시작 가격을 240만원 인상했다. 상위 트림 프레스티지와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도 100만원 이상 올랐다.

기아는 올해 1월 모하비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기본 가격을 89만원 올리는 등 최대 200만원을 인상했다. 한국지엠이 2022년형으로 출시한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역시 기본 트림 가격을 3830만원에서 4050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올렸다. 르노삼성차도 2023년형 XM3 시작 가격을 1865만원으로 기존보다 88만원가량 인상했다.

쉐보레 콜로라도 2022년형.
쉐보레 콜로라도 2022년형.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상 체감도는 더 높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매달 재고 현황에 따라 제공하던 현금 할인이나 무이자·저리 할부와 같은 구매 혜택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업계는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빠른 부품 수급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 강판과 타이어 등 원가를 좌우하는 각종 부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디젤 모델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로 추가 저감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르노삼성차 XM3 2023년형.
르노삼성차 XM3 2023년형.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지속적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 연식 변경 모델 가격을 소폭 인상하게 됐다”면서 “다만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숙성이나 편의, 안전 기능을 추가하며 차량 상품성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