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장 현실적인 메타버스

정해운 닷밀 대표
정해운 닷밀 대표

비대면 문화 확산과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흥행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메타버스'는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 화제성과 파급력에 따라 메타버스 관련 주가는 폭등했고,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라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난 현재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메타버스 관련 주가는 오른 속도만큼 빠르게 하락했고, 메타버스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존 콘텐츠들이 '메타버스'라는 이름만 달았을 뿐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논란은 다분히 예상된 결과기도 하다.

진정한 메타버스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완전한 가상에 대한 몰입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력으로 완전한 가상세계를 완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메타버스 키워드를 남발하면서 대중에게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모두 허상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분명 가치가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기술 발전에서 플랫폼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택시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최초의 택시는 '요금을 받고 손님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는 기본 개념만 있었다. 이후 휴대전화가 발전하면서 '콜택시'가 생겨나 택시 산업은 큰 변화를 맞았다. 이후 스마트폰과 통신망의 발전은 '우버'를 등장시켰고, 택시 산업은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게 됐다.

현재 메타버스 생태계는 콜택시가 도입되는 시기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제 콜택시가 도입되는 시기에 우버를 얘기하고 있으니 당연한 괴리감이 따라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주는 근본적인 가치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메타버스가 말하는 '가상세계' 말이다. 현실과 같이 메타버스에 출근하고 소비하고 돈을 버는 일상을 경험하는 것이 현재 메타버스 산업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

이러한 지향점을 생각할 때 가장 현실적인 메타버스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플랫폼과 고객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분야다. 대표적인 예시로 'e커머스'와 '부동산' 시장을 꼽는다.

e커머스 역시 앞에서 얘기한 택시 산업과 비슷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뤄지던 소비는 온라인, 홈쇼핑으로 확장됐다. 메타버스 시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e커머스는 이미 그 시너지를 내고 있다. 메타버스 속 e커머스 생태계는 매출을 만들고 유저들이 소비자에서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이미지 소비'에서 '실감형 소비'로 발전하고 있는 e커머스 분야는 가장 빠르게 메타버스 지향점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부동산 산업이다. 실제로 부동산 업계는 가장 빠르게 가상현실(VR) 등과 같은 실감기술을 적용시켰고, 현실과 동일한 '트윈시티'를 선보이고 있다. 한정된 자산으로만 여겨졌던 부동산은 메타버스를 통해 확장되고, 새로운 광고 수단이자 투자 수단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 광풍은 이미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투자업계는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고 대중은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익숙해졌다. 최적의 기회가 찾아온 지금 이상향보다는 현실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실생활과의 연계를 통해서 말이다.

정해운 닷밀 대표 dotmill@dot-m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