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칼럼]ESS산업 활성화 방안

구회진 한국전지산업협회 총괄본부장
구회진 한국전지산업협회 총괄본부장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COP) 총회에서 세계 196개국이 신기후체제에 합의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낮추기 위한 노력은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인 등 모두가 동참해야 가능하다.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최초로 7%를 돌파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30.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0%, 30%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증가에 따른 새로운 문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환경에서는 다양한 기후변화 환경에서 전력 안정적 공급을 위해 ESS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2012년 에너지저장장치(ESS)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ESS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8년에 3기가와트시(GWh) 이상의 ESS를 설치했다. 세계 시장 30%를 차지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의 ESS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70%까지 증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ESS 산업은 발생한 화재에 시장이 침체 상태다. 2021년부터 추진하는 공공용 ESS는 아직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ESS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제주를 대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출력제한(Curtailment)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ESS 설치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잉여 전력을 저장하거나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은 제주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소가 많은 전남 지역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으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ESS다. 신재생발전 잉여전력을 저장하고 전력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SS는 세계적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을 해결하고 발전, 송·배전, 수용가의 효율을 향상하는 기술로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분야 적용을 위해서는 ESS 경제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SS 안전성 관련 국내외 환경에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은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이 ESS 프로젝트를 금융과 연계, 파이낸싱으로 향후 전력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화 모델과 운영 모델 개발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낮은 전기 요금으로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조기 투자비를 회수하려는 방식으로 사업화가 이뤄졌다. 이에 국내 ESS 시장은 2017년 1GWh, 2018년 3.6GWh로 1년 사이 3.6배 이상 시장이 증가했다. 국내 ESS 설계와 제작, 설치, 운영 분야 전문 기업 역량에 대한 검증 시스템 부재 역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국내 ESS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선 첫 번째 설계, 제작, 설치, 운영사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공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글로벌 ESS 입찰의 경우 설치 용량에 대한 시공 능력, 설치·운영에 대한 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 실적 증명을 통해 검증 기업이 관련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 ESS 인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모여 제작되지만 자기 인증제도로 자동차 제조사가 검증하고 제조물책임(PL)법에 의해 제조자가 책임지고 리콜제도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추진 중이다.

ESS의 경우 이차전지,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 매니지먼트시스템(EMS)으로 제품이 구분된다. 사고 시 제조사 간 원인 규명, 책임 전가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ESS를 책임지고 제조하는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ESS EPC 기업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국내에서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 ESS 시장은 2019년부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 호주 중심의 ESS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ESS 설치 용량은 최대 1.2GWh로, 발전소 대체 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도 대규모 ESS 설치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다. 신재생에너지 효율적 활용과 전력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 ESS 활용 방안이 가장 경제성이 뛰어난 방법이고,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구회진 한국전지산업협회 총괄본부장(전무) hjkoo@k-b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