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통화당국 수장을 역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31일 퇴임한다.
통상 총재 퇴임 1~2개월 전 후임자를 내정해 왔으나 20대 대통령 선거 일정으로 인선이 지연됐다. 오미크론 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총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당선인이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새 총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4년 4월 1일 제25대 총재로 취임한 이 총재는 2018년 연임한 뒤 임기 꼭 8년을 채웠다. 이 총재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송별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만 10여명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한은 총재에 이승헌 현 한은 부총재와 윤면식 전 부총재 등 10여명 이름이 거론된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자문역도 후보군에 속한다.
여야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교수들도 후보로 꼽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각각 활동했다.
현직인 이승헌 부총재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한은 내부에선 외부출신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내부 개혁과 인사적체를 해결할 힘 있는 총재를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은 직원들이 예산이나 조직확대 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선인이 협의해 총재 내정과 청문 절차를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총재 퇴임 후 새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지금의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비춰 총재 공백기간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통화정책은 합의제 의결 기관(금융통화위원회)이 자율적이고 중립적으로 우리 경제 금융 상황을 종합 고려해서 운영해 나간다. 공백이 됐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