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자동차 안에서 운전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미래 자동차는 이동과 거주의 개념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만큼 탑승자는 이동 중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며 여가 생활도 즐길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같은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시트에 주목한다. 이동이라는 단순한 목적보다 실내 거주 공간 활용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트 확장성을 높인 신기술이다.
시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 유선 전력 공급은 한계가 있다. 스위블(180도 회전)이나 곡선 형태 슬라이딩처럼 다양한 이동 상황이 반복되면 배선 장치 단선 가능성이 커진다. 배선이 노출되면 미관을 해치고 탑승자 안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트 이동 자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시트에 내장형 배터리를 장착하고 이동을 위한 시트 레일에 전력과 전자 신호를 송수신하는 설계를 구상했다.
슬라이딩 커넥터 방식의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는 시트 위치에 무관하게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시트 프레임 하단에 배터리를 장착해 충전이 이뤄지지 않을 시 자체 배터리 전력으로 시트를 이동하거나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는 슬라이딩 커넥터와 인쇄회로기판(PCB)을 조합해 상시 전력 전달 체계를 구성했다. 시트 좌우 레일은 차량 플로어의 포고 커넥터를 거쳐 각각 신호와 전원을 측면에 장착한 별도의 외부 모듈에 전달한다. 모듈 내 슬라이딩 커넥터와 PCB를 통해 시트와 내장 배터리로 신호와 전원을 공급한다. 시트가 전후로 이동하면 슬라이딩 커넥터가 함께 움직여 시트에 지속적으로 전력과 신호를 전달한다.
이 기술은 핵심 구조가 모듈 형태로 기존 시트 레일을 활용할 수 있다. 레일 형상에 무관하게 장착이 가능해 호환성이 높고, 조립 공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시트 배터리와 제어기 역시 단순한 마운팅 구조를 활용해 기존 시트 프레임에 장착할 수 있다.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의 핵심 구조인 슬라이딩 커넥터는 전원 공급 모듈 내 내장한 PCB와 결합했다. 내부 접점 브러시를 통해 PCB와 접촉해 전기 신호를 송신하며, 어퍼 브래킷 상단에 고정한 커넥터를 통해 시트에 신호와 전력을 전달한다. 시트의 이동 범위에 맞춰 PCB를 설계해 기존 포고 핀 방식 전력 공급과 달리 모든 영역에서 전력과 신호를 공급할 수 있다. 슬라이딩 커넥터와 PCB 등 내부 구조를 수직 형태로 설계해 이물질이 유입되는 현상도 방지했다.
레일과 시트를 포고 커넥터로 연결하는 구조도 신기술의 특징이다.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는 마운팅 볼트만 체결하면 실내 플로어의 포고 커넥터와 레일의 포고 커넥터가 자동으로 맞물려 전력을 연결한다. 조립 공정을 축소하면서 전력과 전자 신호를 손쉽게 전달하는 구조다.
히든 와이어링 배터리 내장형 시트는 차량 배터리로부터 1차 전력을 공급받아 전동 조절과 통풍 및 열선 기능 등을 제공한다. 시트 프레임 하부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직접 시트에 전력을 공급한다. 제어기는 시트 기능 제어와 배터리 상태를 최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시트 배터리 과충전을 방지하고자 실제 배터리 잔여 용량을 고려해 배터리 로직을 설계했다. 사용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트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배터리와 시트 배터리 모두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수명까지 고려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 5개의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핵심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