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타이거 우즈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World Golf Hall of Fame)에서 열린 헌액식을 통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우즈는 PGA투어 통산 82승을 거두며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 등 15개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1974년 만들어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은 우즈 이전까지 남녀 총 160명이 이름을 올렸다. 투어 무대 활약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투어' 부문 외에도 골프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공헌자' 부문도 선정한다. 제34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대표적이다.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골프 인기 회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투어 부문의 경우 남녀 각기 다른 입회 조건이 적용된다. 입회 조건을 채운다고 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새기는 건 아니다. 조건을 충족한 뒤에는 대상자에 대해 골프 관련 언론사 및 기존 명예의 전당 회원 투표를 진행, 65% 이상 찬성을 받아야 입회가 결정된다.
타이거 우즈가 161번째 주인공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번 헌액식에서는 전 PGA투어 커미셔너 핀쳄 역시 공헌자 부문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핀쳄은 지난 1994년부터 2015년까지 PGA투어 커미셔너로 일하며 프레지던츠컵과 월드골프챔피언십 그리고 페덱스컵을 만드는 등 PGA투어 성장에 기여했다. 이번 헌액식에서는 타이거 우즈와 핀템 외에도 사후 76년 만에 공헌자 부문으로 입회가 결정된 메리언 홀린스(1921년 US여자아마추어 선수권 우승, 1932년 커티스컵 미국대표팀 단장)와 올해 79세인 수지 맥스웰(1972·1973년 US여자오픈 우승 등 LPGA통산 11승) 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세리, 아시아 최초 명예의 전당 헌액…'탱크' 최경주는 챔피언스 무대 통해 도전
한국인 선수 중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건 박세리다. 여자부의 경우 LPGA투어멤버로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각 대회 우승컵에 매겨진 포인트를 합산, 최소 27점을 얻으면 입회 자격을 갖출 수 있다. 1998년 LPGA투어에 뛰어든 박세리는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가 지난 2016년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남자의 경우 여자보다 입회 조건이 더욱 까다롭다. 10년 이상 투어멤버 활동은 물론 자격조건의 기본이 되는 나이 제한도 있다. 현재는 45세다.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 등 현역 선수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면서 지난 2016년에 50세로 기준을 높였다가 타이거 우즈의 입회를 앞두고 2020년에 45세로 조정됐다. 이밖에도 남자의 경우 정해진 우승 횟수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숫자를 채워야 한다. PGA투어 10승 이상 또는 4대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회 이상 우승해야 기본 조건을 갖출 수 있다.
PGA투어에서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면 만 50세부터 일정 자격을 갖추면 활동할 수 있는 챔피언스 무대를 통해서도 명예의 전당 헌액을 노려볼 수 있다. 최경주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 통산 20승 이상 또는 메이저대회 5회 이상 우승을 기록하면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갖출 수 있다. PGA투어 통산 8승(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1회 포함)을 거둔 최경주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 대회에서 1승을 추가했다. 경쟁력도 충분하다. 최경주는 지난 시즌 20개 챔피언스 대회에서 한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 등 총 7개 대회에서 '톱10'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네 번째 대회였던 PGA투어 챔피언스 호아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경주가 여전히 챔피언스 무대에서 신인급에 해당하는 52세에 불과해 꾸준히 활약하며 승수를 쌓는다면 한국 남자선수 첫 명예의 전당 헌액이라는 영광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