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패배 아픔을 뒤로하고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권에 초근접했던 만큼, 향후 당내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면서 자신의 정치 진로를 재설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10일 새벽 대선 패배 승복 연설을 통해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유력 주자로 떠오르며 당내 기반을 마련했다. 대선에서 패배는 했지만 0.73%라는 헌정사상 최소득표 차이로 석패를 당한만큼 당내 기반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상징성 탓에 친노무현(친노)-친문재인(친문)으로 이어져온 당내 주류세력이 친이재명계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영진·정성호 의원을 필두로 제윤경·유승희 등 친이재명계 핵심인사 역할도 중요하다. 대선 과정을 통해 초선 의원이나 지역 주요 정치인 지지를 얻어냈지만, 패배 후에도 이 결속력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대선 패배에 따른 휴유증으로 당 지도부 개편 등 정치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경우 당내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
결국 향후 정치 행보에서 패배 휴유증을 빠르게 회복하고 당내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친문 세력과의 공천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를 돕던 당 안팎 인사들도 후보가 아닌 민주당을 위해 선거를 도왔다는 논리로 이른바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대선에서 초접전을 벌였기 때문에 후보 입장에선 패배의 아픔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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