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찌르거나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에 대한 정보통신(IT)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 주목된다. 디지털 기술이 기존 전통 의료 방식에 또 한 번 변화를 몰고 올 기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독일 스타트업 디아몬드테크(DiaMondTech)가 추진한 500만달러(약 61억원) 규모 펀딩에 참여했다. 2015년 설립한 디아몬드테크는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적외선을 피부에 쏴 포도당 분자를 계산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피를 뽑지 않아도 돼 센서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휴대형 기기 디포켓(D-Pocket)을 개발 중이며, 2024년에는 손목에 착용하는 제품인 '디-센서(D-Sensor)'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디아몬드테크 투자 금액과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에 혈당 측정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펀딩에 참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선 일본 기업이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가 설립한 라이트터치테크놀로지(LightTouchTechnology)는 손가락을 대면 적외선을 비춰 혈당을 측정하는 센서로 헬스케어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휴대용 기기 등에 장착된 센서를 5초 동안 터치하고 있으면 손가락 끝의 혈액에 적외선을 비춰 측정하고, 결과를 스마트폰이나 전용 디스플레이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일본 스타트업 퀀텀 오퍼레이션(Quantum Operation)은 소형 분광기를 이용,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선보여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비침습 혈당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202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함께 피를 내지 않고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동운아나텍이 침을 이용한 혈당 측정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동운아나텍 기술은 당 성분이 시험지에 닿았을 때 생기는 미세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파악한다. 회사는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둬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침습 혈당 측정법은 꾸준히 연구돼왔다. 피를 뽑지 않아도 돼 당뇨병 환자의 통증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편의성은 곧 시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채혈 없이 혈액 내 혈당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았는데,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로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