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승리로 끝난 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부산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은 직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금융 공약 중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대선 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산은 등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1월 15일 부산 유세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을 언급했다.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유세에선 “산업은행을 필두로 많은 은행 본점이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형 은행, 외국 은행이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수도권에 있는 200여개 공공기관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책은행 부산 이전이 말뿐인 공약은 아니다. 금융 공기관 중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3곳이 이미 부산에 자리잡았다. 신용보증기금은 대구가 본점이다.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은 법 개정 사안이다. 한국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18일 산은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산업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당선인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도 제안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 의원은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다.
국책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노사할 것 없이 지방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주요 논거는 금융 경쟁력 약화다. 그동안 서울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지방으로 가면 사라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금융산업노조는 대선 이틀 전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부산 지역 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업무상 비효율과 인력유출로 산은 경쟁력을 약화시켜 대한민국 전체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부산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 금융발전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대기업, 외국계 기업,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서울에 있는 만큼 국책은행 본점도 서울에 있어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인력 유출도 걱정거리다. 산은 관계자는 “부산으로 이전하면 당장 트레이딩부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서, 채권부서 등에서 일하는 직원 이탈이 우려된다”고 했다.
국책은행 노조 등은 우선 관련 법 개정을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