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지 공정 조직을 확대 신설했다. TSMC에 뒤진 후공정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내에 '테스트&패키지(TP) 센터'를 신설했다.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설비부터 가스, 화학, 전기는 물론 환경 안전까지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조직이다. 기존 조직(TSP)은 △메모리 제조 기술센터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 △인프라기술센터 △환경안전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TP센터는 이규열 부사장(센터장)을 포함해 최기환 부사장 등 9명의 임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TSP 총괄 출신이다. 사실상 TSP 내에 있던 TP센터를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로 이관한 셈이다. 원래 있던 TSP 총괄은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패키지 개발실'에 주력한다.
TP센터 이관은 패키지 설비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가 기술개발에 집중한다면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은 반도체 공장(팹) 등 제조·생산 설비 구축과 운영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비중이 크게 확대된 곳이 바로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이다. 임원 승진자도 해당 총괄에서 많이 나왔다.
TP센터는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경쟁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패키지와 테스트는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급부상했다. TSMC와 인텔도 이종결합 등 반도체 패키징 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TSMC는 대만에 반도체 패키지 공장을 신축하고 일본에 연구개발(R&D)센터도 지을 예정이다. 인텔 역시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에 각각 70억달러(약 8조6310억원)와 80억유로(약 10조8500억원)를 투입해 패키지 공장을 만든다.
삼성도 패키지 역량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2015년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앞세운 TSMC에 애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을 뺏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2018년 말 기존 TP센터를 격상해 패키지 제조와 연구를 통합한 TSP총괄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불리는 패널레벨패키지(PLP) 사업을 삼성전기로부터 7850억원에 사들였다. WLP 등 다양한 첨단 패키징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패키지 시장은 488억달러(60조1800억원)로, 2025년에는 649억달러(80조원)로의 성장이 관측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