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주총에서 기업들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과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바뀐 법령에 따라 여성·안전 관련 사외이사 모시기와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 등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 주가하락·GOS 고심, LG전자 블록체인 신사업 진출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6만원대까지 떨어진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대책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된 스마트폰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대해서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외 주요 안건은 이사회 교체다. 사내이사는 지난해 말 인사에 따라 한종회 부회장(DX부문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이 모두 바뀐다. 경계현 DS 부문장, 노태문 MX 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4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새로운 이사 4명 선임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 8.69%로,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서 이사 선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삼성전자에서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 탄생할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최근 태양광 패널사업을 종료한 LG전자의 주요 의제는 사업 재편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태양광 사업을 종료한 LG전자가 새로운 먹거리로 무엇을 낙점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LG전자는 사업 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를 추가한다.
LG전자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대체불가토큰(NFT) 기술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LG전자는 그 외에도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라이선스업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등 기능성 소재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해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선점 리더십 인정 '재선임'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재선임한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급격한 변화와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이 경영을 총괄한 이후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드론 등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게 대표적이다. 자사주 매입 등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밝혀왔다.
현대차는 또 연구개발본부장인 박정국 사장과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이동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부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노사 이슈를 비롯한 국내 생산과 현장 안전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기아도 오는 29일 열릴 정기 주총에서 정 회장과 송호성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사외이사에는 신현정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에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새로 추천한다.
◇'마이데이터' 미래사업 낙점…진출 줄잇는 이동통신사
이동통신사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각각 25일과 31일 주총을 개최하는 SK텔레콤과 KT 양사가 모두 마이데이터사업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처리한다. 이통사는 이용자 금융데이터를 각 사가 보유한 통신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 맞춤형 신용카드 및 대출상품 추천 서비스 등이 제공 가능하다. 지난해 3사 모두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AI 기반 의료기기업과 동물용 의료기기업 또한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새로운 먹거리로 AI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의료 분야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통사는 투자자 보호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 또한 논의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주당 배당금 350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승인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배당성향을 별도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으로 높인다. KT는 주총에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네이버·카카오, 사령탑 교체…글로벌 도전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4일과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새 경영체제를 본격화한다. 지난해 연매출 6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네이버는 1981년생 최수연 대표 내정자를 공식 선임하고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조직 개편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게임즈를 이끌어 온 남궁훈 대표 내정자가 이번 주총에서 공식 선임된다. 남궁 대표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미래 사업을 재편하고,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는데 주력한다.
양사 모두 사내이사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1명씩 추가로 선임한다. 네이버는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부사장)를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내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총괄 임원이던 채 부사장에게 중책을 맞길 수 없다는 이유다.
카카오는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이 사내이사로 올랐다. CAC 조직은 카카오 계열사 전체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예정으로, 윤리의식 강화와 리스크 방지를 주도적으로 맡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