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 트래블룰이 오는 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를 위한 솔루션 구축 및 연동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는 가운데, 각사가 적용한 솔루션 간 연동 여부, 가상자산 송금 가능 범위가 불투명해 이용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빗썸·코인원·코빗 3사의 합작법인 코드(CODE)의 솔루션을 각기 도입 중이다. 다만 양 진영 간 협력 논의가 지연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 국내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도 상당 기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이동이 제한되면 특정 거래소 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가두리 현상'으로 인해 시세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미 기존 금융권에서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요구하는 형식에 맞춰 송금자 정보 등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자산의 이동에도 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업자에게 관련 정보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25일부터 각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채택된 트래블룰 솔루션을 통해 검증이 완료됐거나, 별도 조치를 통해 확인된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입출금을 지원될 예정이다. 트래블룰 이행 대상 가상자산은 원화 환산가가 100만원인 이상인 경우다.
이용자들의 관심사는 가상자산 이동이 허용되는 '화이트리스트' 범위다. 이 범위는 각 사가 도입한 트래블룰 솔루션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코드 솔루션을 채택한 빗썸과 코인원은 현재 송금 가능 주소로 '메타마스크' 등 개인 지갑은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이용자 개인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전자지갑 주소라는 판단이다. 업비트는 개인지갑 출금 제한에 대한 판단을 아직 보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날핀테크의 '페이코인'의 경우,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후오비에 신규 상장했지만 사실상 업비트를 통한 자산 이동만 가능하다. 빗썸과 코인원 원화마켓에도 페이코인이 상장돼 있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코드 트래블룰 솔루션이 페이코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금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리파이바스프를 도입한 가상자산거래소는 업비트, 고팍스, 한빗코, 코어닥스, 포블게이트 등 10여개 가상자산거래소와 해외 파트너사까지 총 30여개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본격 파트너사 확보에 나선 코드는 주주사 3사 간 연동 테스트를 마친 상황이며, 국내외 다수 사업자와 제휴 논의 및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전북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계약을 맺은 고팍스는 가급적 많은 솔루션을 동시 도입해 이동 제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중소 거래소의 경우 유사한 역할을 하는 솔루션을 다중 가입하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트래블룰 시행 시일이 임박했음에도, 사실상 대형 거래소들 자존심 싸움에 중소 거래소 등만 터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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