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이콧에 韓 식품사 '진퇴양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식품업계가 현지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글로벌 식품사가 잇달아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분류해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식품업체는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식품 특성상 사업을 중단하긴 어렵다는 게 공통 목소리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인이 한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오리온]
러시아 현지인이 한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오리온]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둔 롯데제과, 오리온, 팔도, KT&G 등 식품업체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현지 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해외 기업들은 러시아 '보이콧'의 일환으로 사업 철수를 줄이어 결정하고 있지만 국내 식품사는 아직 사업을 중단하진 않고 있다. 식품의 경우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데다 현지 공장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철수 결정이 어렵다. 공장 증설계획도 중단없이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과 팔도의 경우 현지 인프라 증축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러시아 트리베리주 트립초바에 세 번째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러시아 현지와 주변국에서 초코파이 인기가 높아지자 공급량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오리온의 러시아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000억원 수준이다.

'도시락' 컵라면으로 러시아 용기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팔도도 지난해부터 러시아 라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팔도 도시락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팔도는 지난해부터 공급량 확대를 위해 약 282억원을 들여 생산 라인과 일부 건물을 증축하고 있다. 공사 막바지 단계로,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에도 올해 초 약 340억원을 투입해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20% 이상 성장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현재로선 정상적으로 생산과 영업을 진행 중이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밀과 설탕 등 원재료를 수입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업체는 육상 물류를 통한 수급처 등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수준이 아닌 만큼 국내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유지하는 데 대한 압박도 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한 업체는 미국에 거점을 둔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여기에 식품 부문은 현지 생필품 영역이어서 철수를 논하기에는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