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기업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열 곳 중 여섯 곳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투자·교역 관계에 있는 기업은 열에 아홉(89.8%)이 이번 사태로 경영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응답, 우리 기업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은 원인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대(50.5%)를 꼽았다. 환율 변동성 상승 및 자금 조달 애로(17.9%), 부품 수급 애로 및 생산 차질(15.1%),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인접국에 대한 수출 위축(11.5%) 등도 이유로 들었다.
이들 기업 중 4분의 1(25.1%)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응답했다. 다른 기업들은 대응 방안으로 주요 원자재·부품 선구매 및 충분한 재고 확보(33.0%), 부품 수급 문제 해소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22.9%), 교역 위축에 대응한 대체 수출처 발굴(12.2%) 등을 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원자재 및 부품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의 93.5%는 '원자재 및 부품 구매 단가가 전년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상승을 전망한 기업의 평균 원자재 및 부품 구매 단가 상승률은 8.1%였다. 구매 단가 상승을 전망한 기업의 53.8%는 원자재 및 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의 평균 제품 가격 인상률은 6.1%였다. 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정부 지원책으로 대러 제재에 대한 신속한 정보 확보 및 공유(30.5%),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안정화(28.1%), 공급망 다변화 지원(19.6%), 대체 수출처 발굴 지원(16.1%),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인접국 현지 시설·인력에 대한 안전 확보(5.0%) 등을 지목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정부가 관련 내용을 기업에 신속·정확히 공유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