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산부인과 폭격에 실려간 만삭 임신부와 태아 모두 사망

러시아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폭격으로 들것에 실려 이송된 임신부와 태아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 9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아이와 산부가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 폭격을 퍼부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특히 만삭의 임신부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흘린 채 들것에 실려 있어 안타까움을 샀다.

AP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이 임신부가 돌무더기를 밀어내자 그 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임신부는 구조 직후 구급차에 실려 곧바로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골반이 으스러진 상태였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태아가 죽어가는 것을 알아차린 임신부는 “차라리 날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티무르 마린 외과의는 “곧바로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출산했지만, 살아있다는 징후가 없었다”며 “산모에 초점을 돌려 30분 이상 소생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산모와 아기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폭격으로 자료가 모두 소실돼 현재까지 사망한 임신부의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우크라이나 측이 밝힌 사망자는 6살 어린이를 포함한 3명, 부상자는 17명이었나 산모의 죽음으로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러시아측 주장과는 다르게 사진 속 한 여성(왼쪽)은 구조 다음날 출산했으며, 다른 여성은 출산한 아이와 함께 사망했다. 사진=트위터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러시아측 주장과는 다르게 사진 속 한 여성(왼쪽)은 구조 다음날 출산했으며, 다른 여성은 출산한 아이와 함께 사망했다. 사진=트위터

당시 러시아는 전 세계로부터 비난받자 “사진 조작”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임신부들의 사진이 가짜뉴스라는 주장과 함께 한 임신부는 뷰티인플루언서이며 분장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 다른 임신부,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가 인플루언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번 산부인과 병원 폭격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폭격 다음 날 인근 병원에서 딸을 출산했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 지난달 24일부터 현재까지 마리우폴 주민 2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이터 통신은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마리우폴에는 현재까지 100여 개에 달하는 폭탄이 투하됐다. 주민들은 전기, 수도, 통신 등이 끊겨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마리우폴에는 약 4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구호단체 적십자사는 성명을 통해 현재 도시에 갇힌 사람들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현재 물이 부족해 개울에서 물을 얻고 있으며, 구호단원들도 하루에 한끼 정도 밖에 먹지 못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고 경고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