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가상승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싶은 정부는 전기료 인상이 아쉽지만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공기업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도 외면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연료비 조정 단가 발표를 앞두고 물가 상승 압력과 적자 규모 증가를 두고 정책 방향의 저울질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1분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면서 올해 2분기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요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크지만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의 적자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했고,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란에 휩싸이면서 국제 곡물 가격도 상승 추세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새 정부에서도 중요 경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부동산, 대외금융과 함께 3대 현안으로 언급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는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기한을 7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과 부탄에 부과하는 탄력세율을 인하하는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하되는 세율은 기존과 같은 20%지만 유가상승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를 단행할 계획이다. 인하 폭이 20%로 유지되는 경우 그에 따른 유류세 감소분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1000분의 15.5다.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요금 상승으로 인한 국민 체감도가 높고, 각종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전의 발전단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전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이미 1월 기준 전력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38.3원으로 1년 전 대비 50.6% 올랐으나 판매단가는 2.7% 오르는 데 그친 114.8원이었다. 구입가격보다 판매가격이 낮아지면서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즉 물가당국이라도 물가 상승 억제 측면만을 바라보고 요금 동결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전기요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정부가 이를 보전하기 위한 자금을 투입하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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