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이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와 주택시장 호황 낙수효과를 보지 못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연 4.0~7.5%)와 최대 70%에 이르는 담보인정비율(LTV)로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지만 실적은 낙제수준이다.
15일 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캐피탈 소비자금융은 6조6450억원으로 이중 주담대는 3조5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가 소비자금융 중 약 5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에 빌려준 신용대출(3조1163억원)이었다.
최근 몇 년 간 주담대 영업이 쪼그라들었다. 2017년 말 3조456억원이던 주담대는 2018년 말 3조7397억원, 2019년 말 3조872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말 3조4657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8년 한 해에만 7000억원 가까이 주담대를 늘렸는데 2019년 1332억원 증가했고, 2020년엔 오히려 4072억원 대출이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9개월 간 630억원 순증하는 데 그쳤다.
개인 신용대출도 2017년 말 2조4074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3조1163억원으로 늘었지만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업계와 정반대 행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전업계 가계대출은 5조원 늘었다. 2020년 같은 기간 1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약 3배 커졌다. 이 기간 전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31조4000억원 폭증해 주택시장 호황에 따른 가계 빚 증가 우려까지 나왔다.
여전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주택시장 호황 등 소비자금융 확대 기회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캐피탈이 자산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주담대 취급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담대는 만기(최장 33년)가 길고, 부실이 발생하면 회수 처리까지 장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기 어렵다.
현대캐피탈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2019년 12월 말 6.7%, 2020년 12월 말 6.3%, 지난해 9월 말 기준 6.0%로 감소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금융을 보완하기 위해 2004년 출시한 주담대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반적인 소비자금융 영업 축소로 자동차금융에 대한 의존도는 심해졌다. 전체 영업자산 중 소비자금융 비중은 2018년 말 23.7%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1.2%로 2.5%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금융 비중은 70.0%에서 74.8%로 불어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양호한 LTV를 감안할 때 최종 손실위험은 낮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 경제가 악화돼 왔고 금리상승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업권 전반적으로 저신용도 차주의 연체 증가 등 부실화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우량 고객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며 “볼륨보다는 내실 있게 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표]현대캐피탈 영업자산 현황(단위: 원, %, 자료: 한국신용평가)
*소비자금융=개인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