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업가여 글로벌을 목표로 삼아라

이내형 유니버설 로봇 대표
이내형 유니버설 로봇 대표

국내 창업 시장이 지속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국내 '실질 창업'이 2017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기술 기반 업종 창업은 역대 최대로 23만개를 돌파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긍정적 창업 생태계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가시적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인 성장에도 현장에서는 끊임없는 개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창업의 질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창업기업의 생존율은 OECD 평균보다 11.5% 떨어진 29.2%로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기업이 발전보다 매각이나 상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창업가정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창업가정신은 흔히 막대한 이익으로 이어지는 거침없는 도전정신을 떠올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가정신이란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좇을 것이 아니다. 창업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어떠한 비전을 갖고 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지속적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유니버설 로봇은 청년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덴마크 오덴세 소재 서던덴마크대 학생 3명은 당시 시장의 로봇이 크고 비쌀 뿐만 아니라 복잡해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소기업도 기반 시설이 열악해서 로봇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또 이들은 단순한 자동화 외에도 비영리 단체가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 비전을 향상시켜 제조업체가 반복 업무의 부담을 줄이면서 아이디어와 꿈을 강화하고,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덴마크 국영 투자 펀드의 투자를 받아 2008년 세계 최초의 협동로봇 UR5를 출시, 협동로봇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성공에 힘입어 이들은 지속 성장을 거듭했고, 유니버설 로봇의 공동 설립자인 에스벤 외스테르고르는 미국 로봇산업협회(RIA)로부터 엥겔버거 로보틱스 상을 수상했다.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로봇이 수십년 동안 로봇 공학 커뮤니티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을 기반으로 현재 유니버설 로봇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0%, 65개 특허를 보유하고 세계 23곳에 지사를 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세계 곳곳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됐고, 하루 만에 방문이 가능해졌다. 이는 모두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시선을 비좁은 국내 시장에 제한하지 않고 광활한 세계 시장을 향해 돌리자. 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뚜렷한 목표와 함께 행동하자.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업가정신을 기억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는 창업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 대기업, 대학은 스타트업 육성 교육을 통해 기업가 정신 함양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창업 강국은 체계적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정신을 북돋는 데 힘쓰고 있다. 창업가정신 교육이 뒷받침돼야 창업 생존율도 올라갈 수 있다.

나라의 경쟁력은 정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업가정신이 동심원을 그리며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면 곧 국가 경쟁력에 밑거름이 된다. 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비전 없이 성공한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비전을 새기고 계속해서 나아가라. 더 나은 세상을 가꾸고자 시작된 당신의 도전이 모두가 우러러볼 스타트업의 아이돌이 될지 누가 아는가.

이내형 유니버설 로봇 대표 grle@universal-robo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