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장', 33년 한은유착 깨지나...내부 출신 선임 여론 들끓는다

원추위 운영규정 개정안 협의 중
의사록 공개·공모 명문화 담아
개정안 통과시 한은 영향력 줄어
전문성 고려 내부 선임에 무게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전자신문DB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전자신문DB

오는 4월 6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후임이 사상 최초로 금결원 내부에서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금결원장 인선을 사실상 좌우했던 한국은행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신임 금결원장을 한국은행 출신으로 임명하는 데 부담이 커진 탓이다.

금결원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금융에 전문성 있는 내부 유력 인사를 금결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금융결제원과의 원장추천위원회(원추위) 운영규정 개정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금결원 사원총회를 통해 원추위 운영규정 개정안과 원추위원 선임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 4일 금결원에 원추위 규정 개정과 원추위원 구성을 위한 사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사원총회는 3월 말 열릴 가능성이 있으나, 원추위에서 진행하는 지원자 모집, 서류심사 및 면접 등의 공모절차는 4월 이후 진행된다.

원추위 운영규정 개정안에는 원추위원에 '금결원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람을 추가하는 대신 외부 전문가를 4인에서 3인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원추위 내부 의사록을 대외 공개하고 원장 공개모집을 명문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금까지는 한국은행이 금결원장 인선을 주도했다. 원추위원 5명의 지명권을 사실상 한국은행 총재가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회계전문가 명분으로 원추위 위원 선임 전권을 휘두른다. 민간 은행과 사실상 접점이 없는 한국은행이 원추위 의장역할을 하는게 모순이다. 시장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고착화된 인선으로 한국 디지털금융 허브로 불리는 금결원은 한국은행 회전문 기관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이번 운영규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은 영향력은 이전 대비 다소 줄어들게 된다. 금결원 내부 인사를 원장 후보로 올릴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 1986년 출범한 금결원에서 36년 동안 내부 인물이 원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역대 14명의 금결원장 중 금융위원회 출신 김학수 원장을 제외한 13명 모두 한국은행 출신이다.

정치권에서도 매년 국정감사를 통해 원추위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2020년 국감에서는 역대 금결원장들이 퇴직 후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고문료와 업무추진비 등 각종 특혜를 받아왔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한은 출신 금결원장들이 이를 노리고 '자리 보전'에만 치중해왔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사실상 업무는 뒷전이고 보신용 자리 보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금결원이 성공시킨 굵직한 실적은 대부분 김학수 원장 임기 동안 이뤄졌다.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구축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포함, 2020년 '금융인증서' 본격 실시, 2021년 '데이터 전문기관' 지정, 분산ID, 2022년 마이데이터 중계 서비스 실시 등이 모두 최근 금결원이 이뤄낸 업적이다. 금결원 직원들 역시 핀테크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 대응 차원에서 차기 원장이 전문성을 지닌 내부 인사가 선임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은행은 금결원장 인선에 관련해 “이주열 총재가 3월말 임기종료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려 한다거나, 모 부총재보가 금융결제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