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이 용산으로 수정됐다. 경호에 따른 국민 불편 등 현실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과 용산 등 이전 지역보다 기존 청와대를 떠나 국민과 가까워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발표한 용산 대통령 시대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50여일이다. 윤 당선인은 충분히 고려했고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실제 시행 여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가장 큰 우려는 이전에 따른 예산과 국방공백 문제다. 이에 윤 당선인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과 달리 문제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대통력직인수위원회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추산한 이전 총비용은 496억원이다. 대통령실 이전에 352억여원, 기존 입주기관 이전 118억여원, 공관 리모델링 25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언급되어온 5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의 예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방공백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했고 오히려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상시 바로 현장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 수 있고 비상 벙커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국방부 이전 건물이 바로 옆에 있는 합동참모본부청사로 이곳 역시 이미 국방 네트워크 시설이 있어 안보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봤다.윤 당선인은 “군부대가 이사를 가도 공백이 생기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얘기”라며 “이전으로 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면 군사시설은 계속 옮길 수 없다는 얘기로 이건 맞지 않다”고 했다.
최종 이전 지역에서 광화문이 탈락한 이유로는 경호에 따른 민간 불편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교통 통제와 함께 통신제한 등 조치를 취했을 때 인근 기업에 가해질 불편이 경제적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외교부를 이전할 경우, 인근 대사관의 연속 이전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청와대보다 직원 수를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을 둘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 참모진은 축소하고, 외부 민간전문가 자리를 늘리는 셈이다. 용산 대통령실 건물 내에도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 회의실을 다수 마련하기로 했다.
용산 대통령 시대 성사 여부에는 현 정부 및 야당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용산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현 정부에 예비비로 협조 요청할 예정이다. 반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구상이 인수위의 월권이자 국방공백 위험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윤 당선인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 한 번 들어가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바쁜 일정으로 이후 이전이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며 “'조금 급한거 아니냐'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하지 않나' 등 비판이 있는 것 알고 있지만, 약속을 지켜야 하고 청와대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