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는 43년간 수많은 한국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왔습니다. 올해 신뢰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모금 극대화에 힘쓰며 지구촌 어린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1994년 출범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한국에서 유니세프를 대표하는 유일 기관이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과 함께 세계 5대 모금 대국으로 도약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공익법인 재무 종합 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며 기관으로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에는 20개 관련 세부항목 평가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높은 점수를 받은 국내 법인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포함해 4곳에 불과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효율성·투명성을 갖춘 기관이다.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은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으로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아동 권리 옹호와 기부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신뢰받는 후원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모금 증대는 물론, 후원자와 소통 기회를 확대해 투명한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올해 정부와 시민 사회 연대 활동을 통해 아동 친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학교, 병원, 기업 등 전방위로 협력해 아동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어린이 삶을 바꾼 정책 100선을 정리해 발간 배포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협업해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사진전'을 내달 개최한다.
투명성 제고를 통해 모금 확대에도 나선다. 정 회장은 “한국 위원회는 후원금 100원을 받으면, 85원을 유니세프 본부로 송금한다”며 “세계 33개 유니세프국가위원회 중 가장 높은 송금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구호 기관 중 가장 많은 약 190개 나라와 영토에서 활동, 5개 물류센터를 보유해 적시에 아동을 돕고 있다”며 “긴급상황이 끝난 후에도 아이 곁을 지켜주며 장기 발전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니세프 역사상 최초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재탄생한 한국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 꿈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후원자와 비대면을 비롯한 여러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유니세프 임무와 미션을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유니세프 개인 기부자는 45만명에 달한다. 평균 후원액은 3만원 내외지만 소액 기부가 모여 한국은 유니세프 회원국 중 5위 기부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유니세프 본부가 '유니세프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지금의 한국을 보라'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닌 셈이다.
우크라이나 어린이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현지에서 무력분쟁이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가옥과 학교, 병원, 상하수도 등 주요 민간시설 파괴로 식수, 보건, 교육, 보호 등이 모두 붕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니세프는 지하 방공호에 몸을 숨긴 채 공포와 절망 속에 지내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위해 식수와 의약품을 제공하고 교육과 놀이용품 키트를 지원하며 돌보고 있다”며 “현지 아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온정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모금 2주만에 500만달러 이상 기금이 모여 긴급구호 사업이 진행됐지만 무력 분쟁이 심화됨에 따라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1951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석사와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연세대 교무처장,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총장, 연세대 총장, 감사원 혁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생산성본부 상임고문과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등을 수행하고 있다.
임중권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