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두 수장 유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둘 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정치색이 옅고 임명된 지 6개월여 밖에 안된 점, 금융정책 방향이 한순간에 틀어질 수 없는 만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될 예정인데 금융당국 수장까지 바꾸면 경제금융정책 공백이 예상된다는 것도 유임론에 힘을 싣는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 고 위원장, 정 원장의 유임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원장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업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수장 취임 후 금융위와 금감원의 '일심동체론'이 확고히 뿌리를 내려 업무에 탄력을 받고 있다”며 “금융위, 금감원 직원들은 두 수장이 유임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경력 면에서 차기 수장으로 언급되는 인물들과 겨뤄도 손색이 없다. 정 원장은 1984년 공직에 입문한 뒤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라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국제금융국 사무관을 시작으로 국고국,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재경부 경제분석과장, 보험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행시 동기인 고 위원장은 재무부와 금융위에서 근무한 정통 경제관료다.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아울러 새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1800조원 넘는 가계부채 관리 등 일부 대출 완화에도 금융정책을 쉽사리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장들이 유연함을 발휘해 업무를 추진하면 새 정부와 호흡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 위원장과 정 원장 모두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펴 금융회사 경영진의 호평을 받고 있다”며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성향과도 잘 맞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기조가 커 교체 가능성도 상존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7월과 9월 각각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물러난 바 있다.
차기 금융당국 수장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한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전 금융위 상임위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언급된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두 수장의 케미스트리가 워낙 잘 맞아 교체된다면 한꺼번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