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빚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기아차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의결서와 심의 속기록이 공개됐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차의 표시가 거짓·과장성이 있고 소비자 오인성 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봤다.
22일 현대·기아차 부당 표시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에 따르면 사건을 심의한 공정위 위원회는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사 OEM 부품(순정부품)과 그 외 부품(비순정부품)의 품질과 성능을 부당하게 표시한 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심의를 위한 소회의가 표시광고법 관련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고, 처분도 경고 조치로 끝나면서 제재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 제재 중 경고는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보다 훨씬 수위가 낮다.
이를 두고 당시 공정위 내부에서도 비공개 소회의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속기록이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의심의 눈초리가 커진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위는 비공개 회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속기록을 공개했으며 이어 의결서도 공개했다.
공정위 위원회는 논란이 된 부분 중 차량 취급설명서 앞부분에 기재된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순정부품 이외의 부품 사용은 차량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은 거짓·과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각 부품별로 표시된 '순정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문구는 500페이지가 넘는 취급설명서의 중후반에 산재해 있어 소비자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비방성도 인정되지 않았는데 비순정부품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만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표시였다고 봤다.
다만 소비자는 순정부품만을 사용해야 안전하고 성능이 저하되지 않을 것으로 오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해 공정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경고 처분에 그친 것은 위반의 정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결서는 경고 처분 사유에 대해 “순정부품만이 사용에 적합하고 안전하다는 표시의 거짓·과장성 정도가 크지 않고, 순정부품 간의 품질 및 성능 비교보다는 주로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위해 순정부품 사용을 권장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 표시는 전체 취급설명서의 내용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공정거래 저해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2000년대 수입산 가짜 부품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