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BETT 2022(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 2022, 이하 BETT 2022)'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전시장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BETT 2022 주제는 '미래를 창조하다(Create the Future)'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 관람객이 대거 방문,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다.
◇에듀테크, 진정한 기술과 교육의 만남을 꿈꾸다
BETT 2022에선 콘퍼런스, 소규모 세미나, 워크숍 등이 다양하게 열렸다. 교육산업 전시회이지만, 첨단 기술 경연보다 활용과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BETT를 방문하는 관람객 30~40%가 영국 각지의 교사다. 학교 교육정보화 담당교사 혹은 지역에서 디지털 교육 확산에 선구자 역할을 하는 교사가 대부분이다.
교사는 현장에서 에듀테크 기업 및 관계자를 만난다. 영국에는 1000여개가 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MS, 삼성전자, 레노보 등 글로벌 IT기업을 비롯해 400개에 이르는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특화된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를 전시하고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BETT 2022에서는 관람객이 제출한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관심사에 따라 온·오프라인으로 전문가를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기업에는 다양한 교사 및 교육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교육과 기술,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가와 혁신가가 만나 제품을 보고, 교육적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교육데이터 전문 리서치기업 러닝스파크 정훈 대표는 “BETT 2022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증거에 기반한 교육적 활용을 구매가이드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교나 가정에서 실제로 에듀테크를 활용해 보고 교사와 학생이 얻은 교육적 효과를 피드백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현장 교사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
BETT 2022에서는 게임도 코딩 교육, e스포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교육산업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역량인 리더십, 협동, 소통능력, 전략적 사고, 디지털 역량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e스포츠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BETT 2022에서는 영국e스포츠협회(BEA:British Esports Association)가 e스포츠 전용공간을 만들었다. e스포츠에 대한 소개부터 교육적 활용, 진로탐색에 대한 강연과 시연, e스포츠 대회까지 현장에서 열렸다.
e스포츠의 교육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관람객이 몰렸다. 올해 영연방 국가간 열리는 종합스포츠대회 '커먼웰스 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 관심이 고조됐다.
톰 도레 BEA 교육 책임자는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에게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많은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며 “글로벌 e스포츠 산업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반 산업 전반에 걸쳐 흥미로운 교육적 효과는 물론 미래 직업 탐색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에 대한 풀뿌리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BEA는 2020년 영국 최대 교육·출판기업인 피어슨과 e스포츠 관련 고등교육 과정(BTEC)을 개발한 바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교실의 중심이 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도구는 물론, 교육의 영토가 확대되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영국, 에듀테크 종주국 선언
매년 영국 학교는 학습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지출 4억7000만파운드(약 7600억원)를 포함해 약 10억파운드(약 1조6000억원) 이상 비용을 지출한다.
학교별로 구매, 글로벌 IT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이 제작한 에듀테크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활용된다. 영국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정부·교육산업협회, 교육 관련 비영리기관이 협업해 에듀테크 기업 육성과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나딤 자하위 영국 교육부 장관은 BETT 2022 기조연설에서 “좋은 도구가 학교, 대학, 가정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며 “데이터는 안전한 시스템에서 손쉽게 공유하고 교사와 관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나딤 장관은 학교 무선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해 1억5000만파운드(약 24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모든 학교가 광대역 고속 인터넷에 연결되도록 통신사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나딤 장관은 영국 교육부가 가장 데이터 중심적 부처가 돼야 한다며, 정부는 데이터 중심 교육정책을 펼치고 에듀테크 업체에는 '증거(evidence)'에 의한 교육적 활용을 주문했다. 교사가 디지털 제품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도 교사와 학생이 정보에 기반한 기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는 물론 전 국민 대상 'STEM 교육'이 평생 이뤄져야 하며, 우수 인재가 STEM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에듀테크 종주국 선언이다.
런던(영국)=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