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리뷰 1]가속도 내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자동차 성큼, 선박도 잰걸음

미국자동차공학회는 차량 자율주행을 0~5단계로 구분한다. 2단계까지는 인간이 운전 주체이고, 3단계부터는 시스템이 주체가 된다. 4단계는 위험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완전자율주행인 5단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따라서 운전석과 운전대 등 수동 제어장치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모든 차량은 자율주행 등급에 상관없이 수동 제어장치를 장착해야 했는데, 최근 이를 갖추지 않은 완전자율주행 차량 생산이 미국에서 허용됐다.

◇미국, 자율주행차 관련 굵직한 조치 연이어 단행

지난 10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수동제어 장치를 갖출 필요가 없도록 자동차안전표준지침을 개정했다. 그동안 인간 운전자를 전제로 수십 년 전에 제정된 안전기준이 자율주행차량 보급에 주요 난관으로 작용해 온 터라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를 자율주행차 본격 상용화를 위한 큰 진전으로 평가한다. 새로운 지침은 자율주행차량이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동등한 탑승자 안전을 제공해야 하고, 생산단계에서부터 이를 내재화 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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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선 2월 28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유료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승인했다. 안전요원 탑승이 조건이라 완전자율주행은 아니고, 짙은 안개가 끼거나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운행할 수 없다. 속도 제한까지 존재하지만,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향한 또 하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 중인 30여 개 기업 중 이번에는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가 승인을 획득했는데, 구글 웨이모는 빠르면 수 주 내에 유료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미국에 앞서 로보택시 상업화 돌입

미국에 앞서 유료 로보택시를 허가한 첫 국가는 중국이다. 바이두와 포니.ai가 2021년 11월 베이징에서 각각 로보택시 상업화 면허를 취득하고 유료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에 대해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업계가 상업화라는 후반전에 들어간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전요원이 탑승한 상태로 200여 정해진 지점을 운행하는데, 전용 호출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 후 승차하는 방식이다. 바이두 67대, 포니.ai 33대 등 총 100대로 운영을 시작했는데, 바이두는 유료 로보택시 운행도시를 2025년 65곳, 2030년 1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선박은 화물선을 중심으로 완전 자율운항 가시화

선박 분야에서도 완전자율운항 여건이 속속 갖춰지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미쓰이OSK라인은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 자율운항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안 항로용 194TEU급(1TEU는 609.6㎝) 컨테이너선인 미카게호가 후쿠이현 쓰루가항에서 돗토리현 사카이항까지 298㎞ 항로 출항, 운항, 정박까지 모든 단계를 무인으로 수행함으로써 세계 최초 화물선 완전자율운항에 성공한 것이다. 미카게호는 위성항법시스템(GNSS)과 라이다 센서를 이용해 운항하고, 탑재 드론으로 항구 작업자에게 고정줄을 내려 정박까지 마무리해 선박 완전자율운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해양 강국인 노르웨이는 2021년 11월 120TEU급 완전자율운항 전기화물선의 시험운항에 착수하였고 2022년부터 상업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운항이 이뤄지면서 완전자율 운항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출항 3일만에 운항을 중단한 메이플라워호. 출처=IBM
출항 3일만에 운항을 중단한 메이플라워호. 출처=IBM

우리나라는 2021년 11월 해상에서 소형(길이 8m) 해양감시조사선(아라곤 3호) 완전 무인화 자율운항 실증에 국내 처음 성공했다. 경남조종면허시험장 무인선박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시된 시험에서 아라곤 3호는 파도를 헤치고 43노트(시속 80㎞) 속도로 양식장 부표들을 피해 운항하고, 맞은편에서 어선 3척이 다가오자 스스로 방향을 변경하며 환경 탐사 임무를 완수하였다. 한편, 2021년 비영리 해양기관 프로메어와 IBM이 영국 청교도 이민 400주년을 기념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선박 메이플라워호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5640㎞ 대서양 횡단에 나섰지만 출항 3일 만에 운항이 중단됨으로써, 아직 난관이 만만치 않음을 일깨우고 있다.

◇자율주행차 종합 준비도는 미국이 선두, 우리나라는 16위

영국 자동차데이터분석기관 컨퓨즈드닷컴은 지난 2월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준비도 상위 30개국을 발표했는데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이 상위권을, 우리나라는 1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에서 2위에 자리매김했지만, 정책 및 법률 부문과 스타트업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5일 개최된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표출된 규제 프리 지정과 대규모 실증단지 요구 목소리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관련 주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도전하고 테스트하며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열린 협력으로 초 융합을 도모토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뒤처진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자율 운행 영역에서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