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V2X 서비스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획기적인 이동 서비스의 등장이어서 기대가 더욱 크다. 운전자는 기대에 걸맞게 안전성(교통사고 제로)과 신뢰성(운전으로부터의 자유로움)에서 무결성을 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6단계로 구분해서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을 0단계(수동운전)부터 5단계(완전 자율주행)로 정의 내렸다. 지금은 부분 자동화(레벨2)와 조건부 자율주행(레벨3) 사이의 어느 곳에 있다. 이미 자동차 제조사는 부분 또는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있어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100% 보급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때까지 교통사고와 일반 자동차 혼재 상황 등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V2X(Vehicle to X)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V2X는 무엇이고, 자율주행 자동차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먼저 물체 간 충돌 직전의 매우 짧은 시간에 정보를 만들고, 판단하고, 운전자에게 경고를 전달해서 회피하도록 돕는 것이 급선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정보를 전달해서 구동 제어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V2X 서비스는 이러한 교통사고를 충돌 직전에 막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지연 시간 없는 다이렉트(Direct) 통신으로 차량 간(V2V), 차량과 인프라 간(I2V/V2I), 차량과 다른 장치 간(V2N) 무선통신으로 위치를 포함한 상황정보를 전달해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역할이다. 나아가 차량 제어까지 연계해서 사고를 회피하는 기술이다.

V2X 기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넓은 범위의 커넥티드(Connected) 기술에 포함된다. 또한 일반 운전환경에서 길 안내를 받거나 사고 후 신속한 처리, 편의 서비스 등과 구분되는 직접적인 안전 서비스로 충돌 직전에 그 역할을 해낸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차량 정지 등 제동을 위한 방아쇠 역할도 한다.

V2X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도 중요하다. V2X 서비스는 모든 차량에 통신 장치를 보유하고 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서비스 상호호환을 위해 사용하는 메시지 등은 표준으로 적용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V2X 효용성에 주목해서 2013년부터 도입을 위한 검증, 실증, 표준화 등을 진행해 왔다. 고속도로, 대전-세종, 서울, 제주, 울산, 광주 등지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실증도 마쳤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활성화를 위한 자동차 제작사와의 상호호환과 서비스 개발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V2X 장치는 판매된 차량에 보급하기보다 앞으로 판매될 차량에 장착해서 보급하는 것이 비용투자, 서비스 효용성, 시스템 신뢰성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고 합리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확산을 위한 준비 단계로 공공 중심 사업이 진행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 자동차와 공공 인프라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V2X 통신 방식을 놓고 정부의 후속 조치가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미진한 점이 눈에 띈다. 교통안전은 당장 눈앞의 문제다. 오늘 한 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적정한 기술로 사고를 막는 것이 맞다.

정부의 통신 방식에 대한 조치는 목표 의식을 잃고 도구인 기술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지난 10년 동안 각종 시범, 실증사업을 추진해 온 이유가 통신 방식 활성화가 아니라 교통안전 증진이라는 목표 의식을 점검할 때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V2X 서비스와 차량제어 연계, 교통사고 예방에 필요한 서비스 고도화, 자율주행과 V2X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환경으로의 전환도 필수적이다. 자율주행과 V2X 서비스는 새로운 자동차와 통신 기술로만 완성될 수 없다. V2X 서비스 보급 초기 인프라와 협력 방안, 정밀지도와 정밀측위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 각종 도로교통정보의 신뢰성 개선 등 세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시대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동차 산업과 도로교통 환경이 획기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더해야 할지 세밀하게 점검하고 지원하며 정비하는 것이다.

조순기 이씨스 기술연구소 V2X 솔루션 담당 이사 ddolone@essy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