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10>'부총리제'로 과기 거버넌스 강화를

[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10>'부총리제'로 과기 거버넌스 강화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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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가진 위상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학 자체를 뛰어넘어 사회 전 분야 발전과 문제해결에 과학기술이 활용되면서다. 과학기술 없는 사회, 국정 운영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후보 시절 과기 정책 토론회서 '과학기술을 가장 중시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 안전, 범죄예방, 교육 등 다양한 분야 공약에 인공지능(AI) 활용을 통한 현황 개선을 약속하는 등 과학기술의 정책 적용에 적극적이다.

당연히 주된 공약 사항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과학기술 선도국가 비전 아래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대한민국 구현 △4차 산업혁명의 대한민국 먹거리 산업화 △기초과학연구 불간섭 △제대로 된 국가 연구개발(R&D) 설계 △메타버스 선도 △7대 우주 강국 도약 등을 약속했다.

다만 과학기술계와 연구 현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이런 내용의 공약이 과거에 없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약 실현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안갯속에 있는 과기 거버넌스와 관련해 과기계, 나아가 국민 모두를 위한 방향을 찾아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부총리제 과기 위상 높일 것…ICT 분리는 '독'

새 정부 과학기술 거버넌스 공약은 다른 분야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안철수 대통령 인수위원장의 공약 색, 구체적 방안이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개편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더군다나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가 부활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연구계에서는 먼저 부총리제 도입으로 그동안 간과됐던 과기 분야 위상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도 “이번 부총리 논의는 결국 과기 분야가 중요함에도 그 위상이 낮은 것에서 비롯됐다”며 “부총리는 여타 장관을 주재해 다른 부처 협력을 얻어내고, 국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과기계는 현재 거론되는 갖가지 과기정통부 변화 안에도 부정적이다. 이 회장 역시 “과기와 교육을 붙이거나 ICT를 떨어뜨리는 변화가 어떤 실익을 줄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거버넌스는 그 자체로 정부가 해당 분야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로, 변화가 오히려 과학을 경시한다고 생각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등 첨단 분야 발전 공약, 종합계획으로 현실화 모색해야

윤 당선인 공약에는 디지털 대변환과 지능화 이행 관련 내용이 다수 눈에 띈다. 세계 최고 수준 AI 산업을 목표로 인프라를 조성하고 정부가 선도자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반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산업육성, 새롭게 부각된 '메타버스' 분야 선점 등도 약속했다.

현장에서는 차기 정부가 이런 약속 이행을 위한 '구조화' 작업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발적인 발전안 몇개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규모로 종합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으로 이를 채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초고속 통신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교육 및 사용자 증대, 창업기업 도출을 이루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정보화'를 달성하고 전방위 효과를 창출한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목적과 목표, 그 과정 등을 망라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약 실현에 보다 가까워진다”며 “국가 수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종합계획을 만들고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힘을 싣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구 투자와 불간섭 기조 '초심 유지해야'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 기술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어' 기조로 과기는 물론이고 경제 발전까지 이뤘다. 다만 다방면에서 이미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현재에 이르러는 첫 번째를 지향하는 '퍼스트 무버' 기조가 현재 국가 발전에 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굳혔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기초과학연구 투자 확대와 관련 제도 혁신, 창의·도전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기조도 전했다.

연구계에서는 당초 취지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도 연구 자율성, 간섭 최소화를 말하는 정권, 공약이 있었지만 실제 개선 폭은 미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급박한 경제 발전 시기였던 과거에는 기초과학과 최초 연구가 희생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지 오래”라며 “각종 간섭에 시달리며 '숙제'하듯 하는 연구도 지양해야 하는 시기”라고 피력했다.

◇출연연에 독립·자율성 줘야…임무 명문화와 PBS 개선 등 필요

국가 R&D 핵심 역할을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 현장 역시 연구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을 바라고 있다. 공약에서는 과기 출연연법에 25개 과기 출연연 역할을 명문화해 정치 입김을 원천 제거하는 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한 발 더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석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 회장은 “현재는 출연연 역할이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아 임무보다 정량적인 성과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이것의 개선은 중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과제중심제도(PBS) 상황에서는 정부 출연금이 낮은 기관의 경우, 과제 수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어 이것의 개선이 없다면 출연연 역할 명문화가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출연연이 독립 운영되기 위해 인사, 예산 등 기관 내 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