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민간기업 참여를 독려해온 국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지난 1년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쇄배출권(KCU) 제출 한도를 배출권거래제(ETS) 할당량의 5%로 급작스럽게 하향하며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지난해 대거 사업 중단을 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센터는 작년 1년 동안 은행사, 발전사, 전력사, 대기업 등이 참여해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상당수 CDM 사업이 잇따른 정책 혼선으로 검토 단계에서 중단됐다고 28일 밝혔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파리협약 6.4조에 지속개발체제(SDM)를 명기했다. CDM 사업을 진행 중인 국가들은 내년까지 CDM 투자 유치국가의 승인을 받고 2025년까지 CDM 사업을 SDM으로 전환 절차를 마쳐야 한다. 또 파리협약 6.2조에는 '양자·다자협력'을 통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제시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기존 CDM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 정부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한 양자협력 노하우를 쌓아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SDM으로 전환해야할 CDM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CDM 등 국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해외에서 사업 완료 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탄소배출권(CER)을 발급받은 뒤 환경부에 외부사업으로 신청하고 나면 승인을 받아 상쇄절차가 마무리된다. 환경부는 2017년 KCU를 기존 5%에서 1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SK증권, S-OIL, GS칼텍스,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등이 국외 온실가스 감축사업 CDM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2차(2018~2020년) 때 KCU 제출 한도를 ETS 할당량의 10%(국외 제출한도 50%)로 확대하며 외부 감축사업을 독려하다가 3차(2021~2025년) 때 5%(국내·외 구분 없이)로 다시 낮췄다. 정책 혼선을 야기해 기업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총장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과 탄소중립에 함께 동참하자는 취지로 CDM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정책을 역행하고 있다”면서 “해외 정부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다보니 스위스, 일본, 심지어 중국보다 개도국과 양자협력이 뒤처지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해외감축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파리협약 6조에 따라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그린뉴딜 프로젝트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NDC 달성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대가성 없이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ODA 취지는 좋지만 참여하는 국내기업은 상쇄배출권(KCU)을 얻지 못한다”면서 “정부의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기업이 개도국도 지원하고 탄소배출권(CER)을 획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