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를 만든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원통형·파우치), 삼성SDI(원통형·각형), 파나소닉(원통형·각형) 등 경쟁사와 달리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각형 채용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최근 국내 배터리 공정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각형 전·후 공정장비 견적과 라인 설계 등의 조사를 마쳤다. SK온은 연내 각형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이후 대량 생산 등 제품화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유일하게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활물질로 삼원계(NCM)에 이어 리튬인산철(LFP)까지 개발을 선언함에 따라 LFP와 각형 라인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LFP 기반 각형은 '셀투팩(Cell To Pack, CTP)'이나 '셀투섀시(Cell to Chassis, CTC)' 같은 새로운 개념의 팩 설계 기술 구현에 유리하다. 양극재 활물질 삼원계(NCM)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다, CTP나 CTC를 적용하면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의 최대 단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또 LFP와 각형 조합은 최근 삼원계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코발트 등 광물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원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전기차의 가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은 LFP 기반 각형 라인업 전략으로 다수 완성차 고객사를 확보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 현대차,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이 값싼 LFP 기반 CTP·CTC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주로 LFP 배터리는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삼원계(NCM·NCA) 배터리는 중고가 모델에 적용한다.
SK온 관계자는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전문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형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각형 상용화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