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문윤성SF문학상][장편대상] 김원우 작가 "4년 집필 결실...절망적 현실에 맞서 싸우는 게 SF"](https://img.etnews.com/photonews/2203/1516007_20220330103817_362_0001.jpg)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장편 대상을 차지한 김원우 작가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처럼 보였다. 미리 준비한 초콜릿 상자를 내밀며 '주말에 수고하십니다'라고 조용히 말하는 사람이 작가가 아니면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릿느릿 4년의 시간을 담아 쓴 장편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과 김원우를 발굴한 것은 문윤성 SF문학상의 커다란 성과였다.
-수상소감은
▲저녁에 연락한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서 떨어진 줄 알았다. 밤늦게 메일 열어보고 대상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믿기지 않았다. 며칠 지날 때까지도 진짜인가, 취소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설마 받을까 의심이 컸다. 더욱이 대상은 생각도 못했다. 나에게 큰일인데, 당장 바뀐 건 없다. 책이 나와서 손에 잡혀야 실감이 날 것 같다. 통지를 받은 다음 날에도 똑같이 일했다.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광화문에 불시착한 외계인 이야기다. 외계인 연구소에 참여한 주인공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야기.
스포를 하면 안 되므로 결말은 이야기 안 하겠다. 원고지 800매 내외의 이야기인데 손이 느려서 4년을 썼다.
-언제부터 글을 쓰게 됐나
▲어린 시절부터 뭔가를 만드는 데 취미가 있었다. 만화도 그리고 글도 썼다. 전공은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 스페인어에 치우쳐서 큰 영향 없었다. 좋은 책 읽으니 좋은 책 쓰고 싶더라. 중학교 때부터 단편을 재미삼아 썼다. 10년쯤 전에 내 마음에 들게 잘 써보고 싶었다. 손이 느리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완성해본 건 거의 없다. 이번이 첫 장편이다. 연습은 주로 일기나 여행기로 했다. 나의 글쓰기 스타일도 잘 모른다. 나에게 맞는 문장을 찾기 위해 많이 써봤다.
-회사에 다니면서 글쓰기가 쉽지 않을 텐데
▲회사 다닌 건 대략 9년 정도 됐다. 만으로 38세다. 수상을 목적으로 쓴 건 아니다. 글은 계속 쓴다. 지금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쓸 거다. 작가가 목표는 아니었으므로 나이가 든다고 초조하지는 않았다. 글을 봐주는 친구가 '썼으니까 내봐라' 이렇게 말해주더라. 글쓰기에 나이가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실력이 문제다. 회사를 다니면 저녁을 내 맘대로 못 쓴다. 시간이 나면 쓰고, 주말에 많이 쓴다. 친구랑 같이 쓴다. 친구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왜 계속 쓰는가
▲나에게 글이란 기록이다. 나는 과거에 집착한다. 물건도 잘 못 버린다. 소설도 내게는 기록이다. 잘못했던 일, 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도 개인사가 당연히 반영된다.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내 과거를 너무 집어넣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반성한다. 사회적인 일들이 책 속에 많이 반영됐다.
-김원우에게 SF란
▲SF만 쓰고 있다. 어려서부터 우주를 동경했다. 제일 재밌게 본 시리즈물이 X파일이었다. 이런 취향이 모여서 내가 만들어진 것 같다. 나에게 SF는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고 당연한 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지금 세상이 SF가 힘을 가져야만 하도록 돌아가는 것 같다. 한국 SF가 잘하는 점이기도 하다. 절망적인 현실에 맞서 싸우는 게 SF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SF작가협회에서 내기도 했다. SF가 현실을 가장 가깝게 따라가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 목표는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대단한 일이 벌어졌는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글은 계속 쓸 거다. 단편을 쓰고 있다. 연습을 더 하고 싶다. 부족한 부분이 나 스스로 많이 보인다. 대상 수상작 퇴고를 많이 하겠다.
-좋아하는 작가는
▲코니 윌리스를 좋아한다. 이번 작품은 그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대단한 영광이겠다. 한국에선 김보영의 오랜 팬이다. '다섯 번째 감각'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SF를 쓰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분이 김보영이다. 조해진, 박솔뫼의 신작은 꼭 찾아서 읽는다. 조해진의 고민과 박솔뫼의 문장의 리듬을 좋아한다.
장편 대상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
김원우 작가
-1984년생
-대학에서 서어서문학 전공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