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알리는 메일이 밤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했고, 세상 시무룩하게 잠들었다가 가장 기쁘게 일어난 사람이 됐다.
나도 모르는 새 야간열차를 타고 있었던 기분이다. 일어나 보니 어제와 조금 다른 풍경이 슬쩍 끼어들어와 있었다. 그렇게 얼떨떨하게 여행을 떠나게 된 설렘과 두려움, 즐거움이 혼란스럽게 몰려와 춤을 추고 있다. 아무래도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님께 가장 먼저 감사드려야 이치에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저의 첫 독자가 되어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저를 응원해준 가족들께 정말 감사한다. 창가 자리에 꼭 붙어 앉아 가야겠다. 언젠가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서서 나도 이 기차를 향해 손 흔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체육아휴직' 기간에 이 소설을 썼다.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일과 다른 일 사이의 균형은 제가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쉽게 우그러드는 것이었고, 다른 일은 내게 공식적 육아휴직을 보장해주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체육아휴직'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자 한국 사회에서 아기를 키우는 일이 집요하게 배양하는 고독감과 분노와 우울이 역시 내게도 닥쳤다.
그러한 상황에 임시변통적 숨구멍을 뚫는 상상이 소설 출발이 됐다. 그리고 일단 출발하자 이야기는 우정에 관한 것으로 나아가게 됐다. 미주와 아기의 우정, 미주와 남편의 우정, 미주와 남편과 아기와 알렉산더의 우정에 관한 것으로. 그렇게 될 수 있어서 즐겁고 기뻤다. 이 이야기가 다양한 존재의, 얼핏 보면 너무 높아 보이는 경계를 의외로 쉽게 부수는 힘을 가진 우정에 관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면 기쁘겠다.
중단편 가작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이경 작가
-1984년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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